[이데일리 김수연기자] KB금융(105560)지주가 10일 이사회를 열고 당초 예정의 절반 수준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증자 필요성과 비용을 두고 저울질하다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다.
◇ 증자 해도 고민, 안해도 고민..장고 끝 `1兆`
KB금융지주는 1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까지 수차례 검토, 재검토를 반복했다. 원래 2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것도 이런 과정이었다.
그간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에 유상증자 규모 및 증자 후 자금용도 등을 놓고 의견이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건전성 차원에서 자기자본을 늘릴 필요성은 별로 없었다. 3월말 기준 KB금융지주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1.45%, 기본자본(Tier1)비율은 8.28%로, 우리금융 (BIS비율 11.4%, 기본자본비율 7.3%)이나 신한지주의 (11.9%, 6.8%)보다 높았다.
증자의 가장 큰 명분은 취약한 비은행 부문 강화였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지주 자회사 구조상 증자가 필요하지만, 시점이 적절한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이나 우리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부분이 현저히 뒤쳐지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나, 그동안 수차례 매물을 검토했음에도 막상 살만한 증권사나 보험사가 마땅치 않았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달라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 외환은행 인수 불확실성 높아
외환은행(004940) 인수용 실탄쌓기 측면에서도 딜레마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KB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당장 매물로 나온 것도 아니다. 또 설령 인수한다 해도 시간은 아직 많이 남은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아닌데 펀딩부터 하는건 비효율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갈수록 인수 가능성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더불어 2조원은 다른 자금없이 외환은행을 사기엔 적고, 일단 확보부터 해두기엔 너무 많다. 결국 1조원이라는 수치는 이같은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KB지주의 자회사 출자한도는 현재 약 2조5000억원이며, 1조여원 증자 후에는 약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증자 후 KB금융지주가 당장 M&A에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자사주 2조여원(4700만주)를 더해 3조원 가량 된다.
◇ 지분구조에 미세한 변화
한편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KB지주의 지분구성에 미세하나마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현재 KB지주의 주요주주는 국민은행 13%, 국민연금 5.52%, ING은행 5.06% 등이다. 대주주는 모두 증자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지분율에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분 13%는 사실상 자사주 성격이어서 신주를 배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자사주 지분율은 증자 후 하락하게 된다.
또 우리사주조합이 물량의 20%를 배정받아 기존 지분과 더하면 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KB금융지주는 지분이 심하게 분산되어 있어 단일지분이 1%만 넘어도 상당한 비중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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