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모기지 채권 손실로 3분기 실적 상각분이 당초 예상했던 50억달러보다 많은 79억달러라고 밝혔다. 신용위기 손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비관이 시장을 휩쓸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까지 드러난 손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광범위한 신용위기 손실은 시간이 지나야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고 25일 분석했다.
집값이 시간을 두고 계속 하락하면서 이코노미스트들과 월가 경영진들은 계속해서 새로 집계한 손실 소식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집값 하락시 부동산富 2조~4조弗 증발
현재까지 신용위기가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입힐 수 있는 손실 규모는 4000억달러 정도로 전문가들은 추정해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10조 달러에 달하는 전체 모기지에서 1조 달러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아, 경기침체를 부를 만큼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자들은 변호해 왔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주택시장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이 연쇄적으로 금융시장과 소비 위축으로 번지면서 손실 규모는 점차 확대되는 형국이다.
앞으로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부동산 부(富)에서 최소 2조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최근 집계한 가계 부동산 자산 규모는 총 21조 달러다.
연구조사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전미 평균 주택가격이 내년에 5%, 내후년 중순까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15%로 예상했고, 20% 이상으로 추산하는 전문가도 있다.
지난 2000년 기술주 거품 붕괴로 증시에서 시가총액의 40%인 7조 달러가 증발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집값 낙폭에 따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서서히 떨어지는 집값..`손실 연쇄 충격`
집값은 또 서서히 하락하는 편이라 단기간에 손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NYT의 주장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매도가가 너무 싸다고 느껴 집을 천천히 팔겠다고 생각하지만, 대출이자가 오르고 실직하게 되면 뒤늦게 더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게 된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 에 따르면, 부동산 산업에서 현재까지 38만3000명이 해고당했다고 전했다.
잰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업계의 고용이 여태까지 소폭 하락했다는 것은 놀랍다"며 "이것은 앞은로 더 많은 해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집값 하락이 해고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점차 확대될 수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이젤 걸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앞으로 1달러당 6센트씩 소비를 줄일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손실 도미노로 손실 규모가 점차 커져가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월가는 계속해서 손실을 실적에서 상각하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악재가 확인될 때마다 계속해서 손실 예상 규모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