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업 전망과 대응’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란 대답이 30.2%로 집계됐다.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어 ‘적자’를 예상한 기업도 14.6%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44.8%가 상반기 이자비용을 내면 손익분기점이나 적자 상태라는 뜻이다.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커 흑자라고 대답한 기업은 55.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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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제조업체 B사는 “올해 상반기에 간신히 이자비용과 영업이익이 비슷한 수준까지 맞췄다”며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당장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대기업, 중견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고충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거나 영업적자인 기업의 비중이 중소기업은 24.2%로 대기업(9.1%), 중견기업(8.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대출 문턱이 높고,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재무 여건이 어려워서다.
지난해 1월부터 기준금리가 3.5%로 높은 수준에서 19개월째 지속함에 따라 기업들이 이자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이자비용으로 재무상태 악화를 겪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규 자금 조달 어려움을 꼽은 기업이 27.8%로 뒤를 이었다. 이 외 △비용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 도입(16.5%) △설비투자, 연구개발 지연·중단(10.5%) 등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기업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1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거나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응답기업의 47%가 기준금리 인하가 1번 이뤄질 것이라 답했고, 두 번 이상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40%였다.
기업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보수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고환율·고물가 상황에 더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동향 등으로 올해 내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금리 인하가 되면 경영 방침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금리 인하 시에 경영이나 자금 운용에 변화를 둘 것이라고 대답했다. 응답 기업의 40%는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고, 10%의 기업은 ‘바로 변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경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답한 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취할 1순위 조치는 부대 상환 등 재무구조 건전화(6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설비투자를 확대가 22.5%로 나타났다. 2순위 응답은 설비투자 확대가 41.5%로 가장 많았고, 연구개발 투자가 23.8%, 사업구조 재편이 17.0% 순이었다.
금리 인하와 함께 경제 활력 시너지를 내려면 필요한 정책으로 기업들은 투자활성화 유인책(37.3%), 내수 소비 진작 지원(34.3%), 기업 부담 규제 철폐(19.2%) 순으로 꼽았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대내외 환경의 영향으로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낮아지면 재무상황 개선과 함께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낮은 금리가 기업 투자의 충분조건은 아닌 만큼, 첨단산업에 대한 직접보조금 정책을 병행해 기업이 적극적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300개 제조업 기업과 건설·서비스업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화·팩스 설문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