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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알박기 집회' 대책 권고 거부한 경찰…인권위 "유감"

이소현 기자I 2023.05.04 12:29:34

후순위 집회자 활동 방해않도록 대책 마련 권고
서초경찰서 "집회 장소 경합시 최선 다해 대응"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선순위 집회자가 이른바 ‘알박기’로 후순위 집회자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10년째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1인 시위자의 집회 자유를 현대차(005380) 측이 ‘알박기 집회’를 신고하는 방식으로 침해한다고 판단했으며, 지난 1월 서초서장에게 선·후순위 집회가 모두 보장되도록 하는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 측은 본사를 둘러싼 보도와 도로에 대해 집회신고가 가능한 기간인 집회일로부터 720시간 전부터 집회 인원 99명 규모의 집회신고를 해 최우선순위 집회신고자의 지위를 확보했다. 평상시에는 현대차 본사 앞 등에서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고 1~2인 집회를 하다가 본사 인근에서 집회하려는 후순위 집회자가 나타나면 최우선 순위 집회신고자임을 주장하며 다른 후순위 집회자들의 집회행위를 사전에 봉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들이 집회하지 않는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하려는 후순위 집회자들의 집회를 온전히 진행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방해한 것으로 인권위 측은 파악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집회·시위 업무를 맡는 서초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도 요구했다. 인권위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1인 시위자가 집회를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선순위 집회 참여자들의 위법한 자력구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지도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일부 중재노력 이외 중복집회에 관한 사항이라 경찰의 업무 범위 밖이라며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초서는 “집회 장소가 경합하면 집회 신고·접수 단계에서의 행정지도 및 집회 개최 중 현장 대화 등을 통해 선·후순위 집회가 모두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인권위 측에 회신했다.

인권위는 서초서의 답변에 유감을 밝혔다. 인권위는 “서초서가 권고를 불수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서초서가 선·후순위 집회를 모두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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