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894만원 vs 5496만원"…300대 기업 임원·직원 보수 격차 확대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국내 주요 300대기업의 올해 임원과 일반 직원 평균 보수(연봉) 격차는 4.7배로 작년 4.4배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보수가 직원 보수보다 더 많이 오른 영향이다.

임직원에 지출된 인건비 규모가 큰 상위 10곳 중 7곳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총 인건비 규모를 줄였다.

임원 인건지 지출 늘고 직원 인건비 지출 줄어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가 국내 주요 300대 기업의 최근 2년 간 3분기 인건비와 평균 보수 변동 현황 분석 결과 올해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1년 새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3분기 직원(부장급 이하) 1인당 평균 보수는 549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36만원) 올랐다. 임원 (미등기) 한 명당 받은 평균 임금은 2억5894만원으로 7%(1705만원) 상승했다. 임원과 직원 간 평균 보수는 전년 4.4배에서 올해 4.7배로 더 벌어졌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00대 기업에서 임원과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는 총 55조7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55조8676억원보다 844억원 줄었다.

임원과 직원으로 따로 구분해 살펴보면 상황은 엇갈렸다. 직원 인건비는 53조7450억원에서 53조5493억원으로 1957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임원 보수는 2조1226억원에서 2조 2338억원으로 1112억원 늘어 대조를 보였다.

인건비 규모가 큰 상위 10곳 중 7곳은 인건비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년 2조6200억원이었던 인건비 규모가 올해 1조9542억 원으로 25.4%(6658억원 감소했다. 대한항공(003490)도 1조2245억 원에서 9653억원으로 1년 새 21.2%(2591억원) 줄었다.

△LG디스플레이(034220) 9.7%(1513억원) △KT(030200) 3.8%(551억원) △현대자동차 0.3%(113억원) △LG전자(066570) 0.2%(43억원) 순으로 올해 총 인건비가 전년에 비해 줄었다.

인건비가 줄어든 이유는 고용 인원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300대 기업의 전년 직원 수는 98만4409명이었다. 올해는 97만4450명으로 불과 1년 만에 9959명이나 회사를 떠났다.

기업의 꽃인 임원 자리도 100곳 넘게 사라졌다. 전년 8775명이던 임원은 올해 8627명으로 148명이나 되는 임원 책상이 없어졌다.

임원·직원 보수 격차 전자 업종이 가장 커

올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총 인건비 금액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는 전년에 임직원에게 6조 7871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올해 7조4332억원으로 1년 새 9.5%(6461억원) 늘었다. LG화학(051910)은 1조 3180억원에서 1조 3639억원으로 459억원, 포스코(005490)도 1조2606억 원에서 1조2982억 원으로 376억원 인건비가 늘었다.

올해 임원 평균 보수 상위 톱10에서는 메리츠증권(008560)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증권 미등기 임원 수는 38명인데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규모는 319억원이었다.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8억4210만원으로 조사 대상 300곳 중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엔씨소프트(036570)(6억 5020만 원)와 삼성전자(005930)(5억6990만 원)도 평균 5억원을 넘겼다. 이외에 △SK하이닉스(000660)(4억 8270만원) △포스코케미칼(003670)(4억7790만원) △LG생활건강(051900)(4억7200만원) △SK텔레콤(017670)(4억5560만원) △포스코(005490)(4억 5100만원) △GS건설(006360)(4억3670만원) △LG전자(066570)(4억3060만원) 순으로 임원 평균 보수가 높았다.

업종별 임원과 직원 평균 보수도 편차가 컸다. 임원 보수가 높은 업종은 △전자(4억5838만원) △정보·통신(3억5704만원) △금융(2억8184만원) △무역·유통(2억6865만원) △철강(2억3634만원) △석유·화학(2억 2778만원) 등이 평균 2억원을 넘겼다. 반대로 기계 업종은 2.25배로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운수(2.92배), 제약(2.94배)업도 3배미만 수준으로 낮았다. 직원 평균 보수는 금융 업종이 670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전자(6226만원) △정보·통신(6026만원) 업종 순이었다.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은 전자 업종으로 차이가 7.36배나 났다. 무역·유통도 7.26배로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큰 편에 속했다. △정보·통신(5.93배) △식품(4.41배) △금융(4.2배) 업종 등은 4배 이상 벌어졌다. 반대로 기계 업종은 2.25배로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통상적으로 기업은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