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출마 “WTO 교역질서 복원”

김상윤 기자I 2020.06.24 11:00:00

24일 입후보 관련 브리핑…韓 세번째 도전
중견국인 한국이 WTO 회원간 통합 역할
25년간 줄곧 통상분야서 일한 전문가 강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제10차 회기 간 화상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총괄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에 공식 출마하기로 했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인 우리나라에서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에 나서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면서 “국제공조 복원에 초점을 맞추어, 다자무역체제가 다시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사를 밝혔다.

WTO는 164개 회원국 간 협정을 관리 감독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회원국 간 갈등 땐 이를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자국 이기주의 확산으로 그 위상이 약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무역 체제에선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이 될 경우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최근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WTO 체제로 구축된 통상규범과 교역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전세계 GDP의 78%에 달하는 FTA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통상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면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WTO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발전시키는데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WTO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국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한민국이 누구보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선출을 두고 최소 4명 이상과 경쟁하게 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장(나이지리아), 이집트 외교부 출신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 투토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 제네바 몰도바 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입후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내달 8일까지 후보를 등록한다.

유 본부장은 본인 전문성에 대해서도 사무총장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자부했다. 그는 “지난 25년 공직생활 기간 동안 저는 꾸준히 통상 분야에서 일해 왔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통상분야에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TO 기능 복원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 기능을 복원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면서 “쟁해결제도,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 요구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면서 “WTO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국민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한다”며 출마변을 마무리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현 산업부) 장관이 도전했지만 레나토 루지에로 이탈리아 통상장관에 밀려 사무차장이 됐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중도 탈락했다.

후보자들이 확정되면 3개월 동안 회원국 대상 선거 캠페인 기간을 가진 후 나머지 2개월 동안 후보자를 1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WTO 사무총장은 일반 이사회 의장과 164개국 회원국 협의 과정에서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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