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수난 겪는 '평화의 소녀상'…美서 배설물 테러 잇따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시립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사진=CARE)

[이데일리 이재길 기자]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배설물을 묻히는 등 오물 테러가 연이어 발생해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CARE(위안부행동·구 가주한미포럼)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시립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얼굴 부위에 개 배설물을 묻히고 주변에 배설물을 뿌린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사건은 한 달 사이에 3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렌데일 시 당국은 “우리 시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져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CARE는 글렌데일 시 경찰과 함께 소녀상 주변 CCTV 설치를 강화하는 등 훼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현정 CARE 대표는 “최근 들어 훼손 사건이 빈발했다는 점에 비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미국 내에 처음 설치된 소녀상으로 올해 건립 6주년을 맞았다. 일본은 소녀상 설치를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현재 미국 내에는 글렌데일 소녀상 외에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 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 4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 샌프란시스코 시내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파크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의 고(故) 김학순 할머니 동상이 녹색과 흰색 페인트 얼룩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일 20~30대 남성 4명이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일왕 찬양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용서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들은 지난 20일과 24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할머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