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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김동진)는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가해자인 아더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낸 6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살해행위에 대한 부분을 각하했다. 법원은 유족이 가해자들의 도주 행위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도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조씨 유족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본안을 판단한 뒤 내리는 기각 결정과는 다르다.
선고 직후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너무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검사에게 탄원서를 쓰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소재 파악 중이라는 말만 했다”며 “(가해자들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도망갔다. 내 나라에서 자식이 죽었는데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하주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패터슨이 출국을 해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지기 어렵게 된 것에 대해 도주 부분을 소송에 추가해 제기했는데 인정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 변호사는 또 “(이번 판결로) 가해자에게 어떤 배상도 못 받아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가 어렵게 됐다”며 “애초 이 사건의 수사와 공소제기가 잘못됐던 만큼 국가가 지금이라도 책임 있게 국가배상 관련 소송의 항소를 취하해 피해자들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월 조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11억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국가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애초 검찰은 에드워드 리와 아더 패터슨 중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 복역하다 8·15 특별사면되자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노린 것이다.
검찰은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10월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 중지를 결정했다. 그러다가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그 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