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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페브리즈도 못 믿겠다?…미국 P&G R&D센터 가보니

이승현 기자I 2016.07.18 12:00:00

직원 1000명 일하는 거대한 화학실험실…성능 및 안전 시험·검증
DDAC 유해성 논란에 美 EPA 승인받은 흡입독성자료 공개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 위치한 P&G 아이보리데일혁신센터.(사진=P&G 제공)
[신시내티(美 오하이오)=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미국 중동부 오하이오주(州)의 신시내티시(市)는 인구 30만명 가량의 중소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는 세계 최대의 소비재 기업인 P&G(프록터 & 갬블)의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 등이 있다. 1937년 설립된 이 회사의 본사는 신시내티 도심 중심부에 있고 R&D 센터인 ‘아이보리데일혁신센터’(ITC)는 차로 25분쯤 걸리는 외곽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65개 브랜드로 763억달러(약 86조원)의 매출을 올린 P&G는 R&D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R&D 분야 인력은 모두 7500명 가량으로 이 중 1000명 이상이 박사급이며 투자액은 약 20억달러(2조원)에 이른다. 아이보리데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 위치한 P&G 아이보리데일혁신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컵에 담긴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으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P&G 제공)
일혁신센터는 1886년 준공된 P&G의 가장 오래된 R&D 센터로 전문인력 약 100명을 포함해 총 1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곳은 평소 일반 직원들은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찾은 P&G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는 패브릭 & 홈케어(생활·가정용품) 제품군의 전반적인 R&D를 맡고 있다.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시판되는 섬유 및 공기 탈취제인 ‘페브리즈’의 경우 생산을 제외하고 기초연구에서 안전관리까지 모두 이 곳을 거친다.

센터 내부는 다양한 화학물질과 실험기구 등을 갖춘 거대한 화학실험실을 연상케 했다. 비커 및 스포이드와 질량측정기, 성분분석기 등 온갖 화학 실험도구와 기기로 가득했다. 몇몇 실험실에는 액체질소 등 위험성 있는 화학물질도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고글(보안경)을 착용하고 발가락이 노출되지 않는 앞이 막힌 신발을 신어야 했다.

연구원들은 미생물학과 후각학 등에 바탕을 둔 기초 제품개발 연구에서 디자인과 포장 개발 등 마케팅 업무도 연구하고 있다. 페브리즈 제품에 대해선 다양한 온도와 습도 등 환경에서 제품의 냄새제거 성능과 향의 종류, 향 지속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성분조사와 성분배합, 노출 모델링, 농도검사, 분사 때 입자의 튀어오르는 정도 측정 등 안전성 검사도 진행한다.

센터에서 후각체험실험실과 분석실험실, 입자크기실험실 등을 방문했다. 6개의 작은 방들로 구성된 후각체험실험실에선 제품이 실제로 탈취기능을 갖는가를 검증한다. 분석실험실은 화학물질들의 성분구성을 측정한다. 자이유 루 P&G 아이보리데일혁신센터 수석연구원은 “분자구조 확인 등으로 화학적 특성을 알 수 있다”며 “화학물질의 양을 측정해 실제 제품에 포함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여파로 탈취제와 방향제 등 다른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진 상태다. 특히 페브리즈에 미생물 억제제(항균제)인 ‘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가 포함된 게 밝혀져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환경부가 지난달 5월 P&G로부터 페브리즈의 성분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미국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흡입독성수치 등은 없는 상태였다.

매튜 도일 P&G 글로벌 제품안전 책임자. (사진=P&G 제공)
P&G는 이와 관련, 지난 2011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해 승인받은 DDAC의 흡입독성 자료의 사본을 한국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P&G는 최근 환경부에 EPA가 승인한 DDAC의 흡입독성 및 위해성 평가 자료를 제출했으며 한국 언론에는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페브리즈 제품 내 DDAC는 0.032㎍/㎥(1㎍=100만분의 1g)로 미국 과학계와 화학업계에서 인정하는 DDAC의 1일 안전한도치인 14.3㎍/㎥에 비해 매우 낮다. 또한 입자 크기(직경)가 10㎛(1㎛=100만분의 1m) 이하여야 폐 등 하부기도에 들어갈 수 있는데 DDAC를 함유하는 페브리즈의 물방울 직경은 85~120㎛라고 P&G는 밝혔다.

권석 P&G 글로벌 과학기술부서 박사는 “가습기살균제는 작은입자로 만든다는 것을 논문에서 본 적이 있다”며 “페브리즈는 입자가 크기 때문에 폐로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매튜 도일 P&G 글로벌 제품안전 책임자는 “P&G는 지역별로 혹은 제품별로 기준을 따로 적용하지 않고 가장 엄격한 안전기준을 정해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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