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3일 16시 4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유정 임명규 기자] 휴대폰과 LCD 부문 등의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발목이 잡힌 LG전자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크레딧 시장에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차입금 부담이 컸던 LG전자에 자금 수혈이 이뤄진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는 반면 현금 조달이 시급한 듯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 "급한 불은 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말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조7555억원. 이번 유상증자 규모인 1조600억원 수준과 비슷하다.
LG전자의 차입금 부담과 실적 악화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오래전에 커졌다. 순차입금 규모는 2009년말 1조8279억원에서 지난해말 4조460억원, 올 6월말 현재 5조139억원이나 된다. 반면 영업이익은 이미 손실로 접어들었다. 2009년말 1조6148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1233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올 6월말 현재 1850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에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단기적인 충격을 주겠지만 크레딧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차입금이 많이 늘어난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어느정도의 불은 끄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증자자금을 태양광, LED 조명, 수처리 사업 등 신규사업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기존사업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 등의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요 계열사중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향후 증자를 추진할 경우 대주주로서 자금을 공급해주기 위해 사전에 조달해두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또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며 "LG디스플레이에 자금이 공급될 경우 크레딧 차원에서는 더욱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든 그 계열사든 재무 기반 약화 이슈인 만큼 자금 공급은 긍정적 이벤트"라며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가 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해 오히려 회복이 더욱 빠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부정적 시그널될까` 우려도
우려도 있다. 자칫 LG전자와 그 계열사들의 현금흐름이 시급한 수준까지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상당히 위기다"라며 직설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LG전자가 현재 자금을 급하게 조달해야 할 만한 상황은 아닌데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칫 LG전자의 현금흐름에 빨간불이 켜진 듯한 신호를 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이미 LG전자와 그 계열사(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채권들이 홀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점에서 자금 조달 전략을 택한 배경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 전략 차원에서 긍정적인 결정이지만 하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단 자금을 더한 만큼 현재 발목을 잡고있는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뒤쳐진 경쟁력 등 향후 비즈니스 경쟁력을 어떻게 개선할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는 이번 LG전자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최근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피치는 "크레딧 측면에서는 일단 LG전자가 자금을 수혈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하지만 동시에 자금 조달 목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장에 등급을 변경할 만큼 좋은 이벤트가 될지는 아직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