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호준기자] 대신증권(003540)을 이끌던 양회문 회장이 17일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53세. 故양회문 회장은 지난 75년 부친인 양제봉 명예회장이 창업한 대신증권에 공채 1기로 입사한 이후 30년 동안 증권업계에만 몸 담았다.
대신증권이 IMF 이후 대신생명 등 계열사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양회문 회장은 특유의 긍정적인 경영마인드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2001년 대신증권 회장으로 취임한 양 회장은 입사동기인 김대송 사장에게 대표를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대신증권과 30년 `외길`..대형 증권사로 키워
고인은 75년 대신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인 양재봉 명예회장은 차남인 그를 입사하자마자 영업전선에 내밀었다. 10여년간 지점영업에서부터 인수, 법인, 자산운용, 기획, 인사 등 증권 전부문에 걸쳐 실무경험을 쌓게했다.
故양 회장은 1985년 대신증권 임원으로 선임된 후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 리더쉽을 발휘했다. 특히 1997년 IMF 위기 상황에서 긍정적인 경영마인드로 대신증권을 대형증권사로 일궈 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평소 양회문회장은 손익경영과 투명경영, 인적자원 육성과 주인의식 고취를 강조해왔다"며 "대신증권을 한국 증권사 가운데 영업수지율이 제일 높은 증권사로 키우는데 현격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주인의식 강조`..증권업계 "업계리더 잃었다"
양 회장은 특히 확고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치단결해 목표를 완수해 나가는 기업문화를 강조하면서 만드어낸 `3분법`은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3분법은 회사의 경영성과를 회사, 주주, 종업원이 공유하는 제도. 이 제도로 대신증권 임직원들은 지난 2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회사의 성과를 신우리사주조합(ESOP)를 통해 주식으로 받았다.
김명기 증권업협회 상무는 "양회문 회장은 오너 2세 답지 않게 겸손했고 양재봉 명예회장 밑에서 착실하게 경영수업 받으면서 실무를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고 또 업계 건의도 많이 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아울러 김 상무는 "증권업계 리더 중 한명을 잃은 것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한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대신증권이 재벌계열이 아니면서도 대형사로서의 입지를 지속한 배경에는 양회문 회장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증권업계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최근 몇년간 증권업계에 사이버 시스템을 보편화시킨 공로도 높이 살만하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 타계후 경영구도 어찌되나
양회문 회장 타계후 대신증권의 경영에 변화가 올지에 대해 증권업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경영상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양 회장의 타계전 이미 김대송 대표 체제로 경영진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97년 11월 이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 김대송 사장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채 1기 출신인 김대송 사장이 현재 7년째 대표이사직을 맡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안정과 별도로 대신증권의 후계구도도 관심사다. 대신증권은 대주주의 지분이 높지않아 M&A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양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이러한 지분분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양 회장의 자녀들에게로 승계돼 현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고인이 보유한 대신증권 지분 8.25%는 아들인 홍석(23), 홍준(21)씨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이 두 아들은 최근 대신증권 지분을 사들여 현재 1.54%를 확보했다. 이러한 움직임도 양 회장이 타계전에 후계구도를 미리 결정해놓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대신증권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증권사 단독체제`로 증권업계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한편 양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76년 2월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였고, 95년에는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85년 대신증권 이사로 선임된후, 90년에는 대신증권 부사장, 94년에는 대신그룹 부회장, 2001년에 대신증권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부터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와 서울 상공회의소 의원으로 활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