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불어판)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한강(53) 작가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언급했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이날 수상 이후 불어판을 출간한 프랑스 파리 현지의 그라세(Grasset) 출판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수상을) 예상은 못했는데, 최근에 낸 소설로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2021, 문학동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은 뒤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이다. 책은 폭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흔적과 상처, 치유를 이야기한다.
|
제주 4·3사건이라는 한국의 과거사를 다룬 이 소설이 프랑스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서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선 “글을 쓸 때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이 중요하다”며 “문장을 쓸 때 내 감각이 전류처럼 흘러나오면 읽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은데 이것은 문학이라는 것이 가진 이상한 현상이다. 내면의 감각과 감정과 생각을 쓰면 번역이라는 터널을 통과해 읽는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문학이 만들어내는 힘 같다”고 덧붙였다.
그간 한국 현대사를 자주 다뤄왔던 한강은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겨울 3부작’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고,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당초 책 초판을 5000부 찍은 그라세 출판사는 메디치상 수상 직후 1만 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앞서 이 작품은 지난 6일 결과가 발표된 페미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한강은 1993년 연세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각각 등단했다. 200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문학상, 2014년 만해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2018년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이 소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