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까지 은행은 국채, 통화안정증권을 한은에 담보로 제공해야 한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고 코로나19 이후 은행채, 9개 공공기관채까지 받아줬으나 이번엔 이들을 포함해 지방채, 기타 공공기관채, 우량 회사채 뿐 아니라 은행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받아줄 방침이다. 한은은 비상 자금이 필요한 은행에 ‘자금조정대출’이라는 이름으로 기준금리에 1%포인트의 가산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으나 가산금리를 0.5%포인트로 낮춰 유동성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그밖에 유동성 부족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자금을 지원키로 금통위원간 합의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발표한 내용은 금통위원간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한은법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올 3월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뱅크런이 번지면서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은행, 비은행 등에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수개월에 걸쳐 논의한 끝에 발표된 내용이다. 다만 이날 질의응답은 이 총재가 부산·경남 지역본부 순시로 출장 일정이 잡혀있던 터라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이 진행했다.
|
-금융당국 주도하에 일반은행이 흥국생명, 새마을금고 중앙회 등에 유동성 지원했다. 일반은행은 한은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한은이 간접적으로 비은행을 지원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럴 경우 현재 발표된 방안이 갖는 실효성은 무엇이냐?
△흥국생명이나 새마을금고는 은행으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면 그때 한은이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최대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한은이 비은행 자금 지원한다면 비은행 규제 감독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
△맞다. 다만 부실하고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곳에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부실이 많았다. 미국도 그 은행을 살리지 않았다. 뱅크런 확산 심리가 (문제가 없는) 다른 기관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것이다. 예컨대 새마을금고 등에 부실 문제가 있다면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작년 하반기 증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성과급 지급이 논란이 됐었다. 모럴해저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비은행 자금 지원시 중앙회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이는 주로 중앙회가 보유한 시장성 채권을 담보로 한다. 시장성 채권을 시장에서 가격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게 되면 은행보다 주로 비은행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발표는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더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인가?
△현재 한은법상 금융기관은 은행으로 한정된다. 모든 대출 제도는 은행 타깃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비은행에 대해서도 상시 대출제도를 구비하는 것을 고민했다. 고객 입장에선 은행이나 비은행 모두 예금취급 기관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 않는가. 하지만 한은법 80조(비은행 등 영리기업 대출 제공)의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비은행에 대해서한 한은이 백스탑에서 중앙회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게 안 된다면 80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감독 기능이 있어서) 다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그렇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뱅크런으로 대출제도를 개편했다고 했는데 자금조정대출 외에 일중당좌대출 등에도 담보 확대가 활용된다. 이는 상시 대응책으로 보인다. 제도의 취지나 의미를 추가적으로 설명해달라.
△적격담보대출 담보 확대 상시화가 왜 필요할까. 뱅크론 사태를 계기로 다른 주요국 상황을 조사했다. 미국, 유럽, 영국, 일본 등이 모두 적격담보 범위가 상당히 넓다. 대출채권도 한다. 우량 회사채도 한다. 과거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위기를 거치면서 필요에 의해 확대됐다. 한은법 64조에 따르면 시장성 채권만 가능하다. 그런데 또 상호금융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는 과거 기업간 어음 교환시 은행이 할인해줬고 은행이 이 증서를 한은에 주면 한은이 또 재할인을 해줬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담보대출로 바뀌면서 어음할인 증서가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러한 취지를 보면 법의 정신은 대출채권 담보화도 가능한데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한은법 65조를 적용했다. 65조는 금통위가 임시적격성을 부여하는 경우 적격담보로 인정된다. 대출채권이 가능하다면 우량 회사채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헤어컷을 적용해서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채를 담보화하면 그쪽 시장이 활성화되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자금조정대출제도가 부실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용 사례가 없나?
△ 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이나 지급준비금 마감일에 돈이 부족할 때 자금조정대출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데 패널티 금리가 붙는다. 주로 외국계 은행이 활용한다. 국내은행은 낙인 효과로 잘 안한다. 그래서 어느 금융기관이 이용하고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비공개로 한다. 분위기를 보면 전통 시중은행은 꺼리고 외국계 은행이나 인터넷 뱅킹은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유동성규제(LCR)도 정상화하는 마당에 왜 하필 지금 상시적으로 은행한테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를 더 확대하나?
△LCR 규제는 상시적으로 고유동성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유동성 규제다. 은행들 입장에서 유동성 선택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지, 단순히 유동성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 은행 뱅크런 사태 이후 검토된 제도다. 금리 인상 스케줄이나 제2금융권 (부실) 사태와 무관하다.
-한은법 개정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다만 한은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정무위, 기재위, 행안위 등과도 협의해야 한다. 단순히 한은법만 고쳐서도 안 된다. 여러 법을 건드려야 한다. 법이 향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되면 좋겠지만 현재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 것이다.
-한은법상 금융기관 범위에 비은행을 추가하면 비은행이 현재의 은행처럼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엔 비은행도 은행처럼 상시 유동성 지원 대상으로 가는 것인가?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단순히 한은법에 추가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비은행은 중앙회가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지급준비금도 고민해야 하고 복잡한 문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