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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유학 간 아들 잃은 美 아빠 “수억번 찔린듯한 아픔”

김상윤 기자I 2022.10.31 11:22:17

수차례 아들 행방 수소문했지만…
미 대사관으로부터 사망소식 들어
“망연자실..엄청난 충격에 빠져”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에 자식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대해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아내와 함께 쇼핑 중이던 스티브 블레시(62)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고 묻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다급히 서울에 있는 차남 스티븐(20)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전화는 불통이었고, 지인들과 정부 관리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아들의 소식을 수소문했지만 그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3시간 만에 블레시는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한명이 아들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블레시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감각이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은 해외 대학에서 한 학기를 다니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꿈을 이루지 못하다 이번 가을학기에 한양대에 교환학생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왔다.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스티븐은 동아시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했다.

최근 중간고사를 마치고 그는 토요일 밤을 맞아 친구들과 이태원에 놀러 갔다 이번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인파를 피해 미리 빠져나갔지만, 아들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다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했다. 하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티븐은 모험심이 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들을 잃은 것을 견딜 수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미국 국민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미국인 희생자는 켄터키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던 3학년 여학생 앤 지제케(20)였다. 앤은 서울에서 스무번째 생일 파티를 한 다음날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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