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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고승범, 첫 회동에서 두 차례나 포옹…`가계부채' 전쟁 총력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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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 기자I 2021.09.03 15:22:25

한은에 직접 방문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이례적’ 행보
가계부채,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논의해
전금법 둘러싼 갈등 해결 질문에는 둘 모두 대답 아껴
기준금리 인상, 가계대출 규제 관리 더욱 속도낼 전망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3일 첫 회동에서 두 번의 포옹을 나눴다. 고 위원장이 금통위원직을 내려놓은 지 2주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는 단 사흘 만에 다시 한은을 찾은 것이다. 양 기관 수장이 약 5년 4개월간, 46번의 통화정책회의를 함께 했던 만큼 이날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날 회동을 고 위원장이 취임 후 한은 총재를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두 사람이 연출한 모습은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이지만, 이들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는 가계부채 급증, 집값 거품 등 무거운 주제다. 농협 등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한은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금융위가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한 만큼 서민들은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첫 회동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비공식 회동 예정 시간 5분을 남겨놓고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비서관, 공보실 직원을 대동하고 건물 후문 주차장에 도착하자 회전문을 통해 들어오는 고 위원장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첫 방문해 상견례하는 자리이나 코로나19 여건하에 실물경제 상황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이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총재님과 공식이든 비공식 자리이든 가리지 않고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포옹한 이주열·고승범…찰떡 공조, 친분 과시

두 기관의 수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이 한은으로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인 만큼 가계부채 관리 공조 노력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분위기였다. 고 위원장이 회견 장소인 대회의실로 올라가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이 총재가 나와 마중하면서 둘은 반갑게 포옹했다. 이후 10시께부터 시작된 비공식 회견은 당초 30여분 동안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예상 시간을 15분 이상 넘기는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 2016년 금융위 추천으로 처음 금통위원직을 맡은 뒤 지난해 4월 연임됐다. 금통위 출범 이후 첫 연임 사례인데 이 총재의 추천으로 연임될 만큼 두 사람의 정책적 방향이 비슷하고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금통위 당시 금융불균형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낸 것도 고 위원장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버블 파이터(Bubble fighter)의 역할을 실행하고자 하는 이 총재와 고 위원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잘 들어맞았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날 비공식 회견이 끝난 뒤에도 이 총재가 떠나는 고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해 직접 1층 로비까지 내려왔다. 10시 55분께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두 사람은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건넸다. 고 위원장은 차 앞까지 배웅한 이 총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너무 아쉽습니다. 총재님, 건강하시고요. 자주 뵙겠습니다”라면서 악수와 포옹을 나누고 떠났다.

이 총재는 고 위원장을 배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고 위원장님이 금통위원으로 계시면서 사실상 우리 경제 현안, 금융상황을 워낙 잘 알고 그 간에 논의를 많이 해왔지만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가계부채와 금융안정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그는 “중요한 시기이니 한은과 금융위가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노력을 긴밀히 하기로 했다. 한솥밥 먹었던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통화하고 만나자고 서로 몇 번씩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첫 회동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요한 시기” 강조한 이주열 총재…금리 10월에 연달아 올리나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금융불균형 문제 해결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한 만큼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연내 추가 인상 시기를 놓고 10월 혹은 11월을 고민하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의결한 것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만이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까지 올리려면 현재 0.75%에서 0.25%포인트 씩 두 차례 인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11월 인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으나, 이 총재가 고 위원장과의 공조를 강조하는 만큼 10월 연이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완화적인 상황”이라면서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이 이끄는 금융위 역시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한 규제 수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내년 7월에는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시, 2023년에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키로 했는데 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제2금융권에 대한 DSR규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해 기존에 대출을 갖고 있거나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30대 회사원 허 모씨는 “그동안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지만 금리까지 급상승 하면 가계부담이 증가한다. 당장 대출 이자가 걱정”이라면서 “대출 규제도 더 세질까 불안하다. 8월에 올렸으니 약간의 텀을 두고 금리라도 천천히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한은과 금융위 간의 해묵은 갈등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면서 말을 아꼈다.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의 관리·감독권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두 기관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 위원장과 이 총재와의 우호적인 관계로 인해 전금법 이슈 역시 과거보다는 수월하게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한은과 입장 차이로 인해 전금법 개정이 지연된 상황은 빨리 마무리 짓겠다”면서 “한은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개정안을 한번 만들어 보려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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