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화재 때 골머리 '구리선' 없앨 수 있을까..보편적서비스 제도 바꿔야

김현아 기자I 2020.10.26 11:33:37

아현 화재때 구리선 전화는 복구 늦어 골머리
모든 회선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
손실분담금 받는 보편서비스제도에 인터넷전화 포함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18년 11월 27일 KT 아현지사 앞이 화재 복구작업으로 분주하다. 같은해 11월 24일 오전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10여 시간 동안 화재가 발생해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 25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공구에서 소방관들이 통신 공사업체 직원들과 함께 불에 탄 광케이블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구리선(동축케이블)을 하루빨리 광케이블로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줬지만, 2년이 다되도록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인터넷·인터넷전화(VoIP)는 빨리 복구됐지만, 구리선은 그렇지 않았다. KT가 발표한 3일 뒤(11월 27일) 11시 현재 복구 현황을 보면 광케이블 유선전화는 99%가 복구된 반면, 동케이블 유선전화(PSTN)는 10% 복구에 그쳐 아현·중림동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구리선은 굵고 무거워 맨홀로 빼내는 게 어렵고, 모든 회선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1:1로 연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리선을 광케이블로 바꾸기 위해 제도 개선, 특히 보편적 서비스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출처: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보고서


광케이블 기반 인터넷전화, 보편적서비스 포함해야

KT 역시 구리선(동축케이블)을 광케이블로 바꾸려 하지만, 보편적 서비스 제도가 걸림돌이다. 보편적서비스제도란 정부가 통신기본권 보장을 위해 유선전화(시내전화, 공중전화, 도서통신, 선박무선)와 초고속인터넷에 대해 KT를 의무제공 사업자로 지정하고 손실이 나면 다른 통신사들(매출액 300억원 초과)이 분담하게 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구리선 유선전화(PSTN)에만 적용된다. 광케이블 기반 인터넷전화(VoIP)는 아니다.

다른 통신사로부터 손실보전을 받지만 시내전화 사업에서 연평균 3~4천 억원을 손실을 보는 KT는 보편적서비스에 VoIP도 포함돼야 손실을 줄이고 이를 광케이블 투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구리선 전화가 VoIP로 바뀌면 섬마을에서도 온라인 교육을 받아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PSTN 또는 VoIP를 선택해 보편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개선안 마련중..긴급통화 위치 제공 대책은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래지향적인 보편적서비스 제도 개선을 위해 연초부터 연구반을 구성했다. 다만, 보편적서비스에 기존 구리선 시내전화뿐 아니라 인터넷전화(VoIP)도 포함할 경우 긴급통화 위치정보 제공 대책은 필요하다는 평가다. PSTN은 주소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인터넷전화는 2008년에야 위치정보시스템이 만들어졌는데, 일부 이용자가 이사가서 셀프 개통하고 사업자에 변경신고를 안하면 변경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 긴급통화 위치정보 제공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재가 나서 119에 신고하는 수단은 이동전화가 많다는점, 인터넷전화 단말기에 고정IP를 부여하는 기술적 대책이 있다는 점으로 인해, 인터넷전화도 보편적서비스에 포함돼야 한다는 평가가 더 많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도 보편적서비스에 인터넷전화를 포함했다.

정부 기금 활용은 사업자간 이견..정부도 신중

여기에 KT는 인터넷전화의 보편적서비스 포함외에도 호주·미국 등처럼 정부예산이나 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활용해 보편적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를 제조사나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 등 다른 사업자까지 늘리고 이를 활용하면 공익서비스(보편적서비스) 지원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있다. 하지만 경쟁 통신사들이나 인터넷 기업들은 부정적이고, 과기정통부 역시 신중한 입장이어서 연구반 결론이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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