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세계 주식시장을 이끈 가운데 그동안 고전했던 유로존 재정위기국 증시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신흥시장 증시는 힘든 1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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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 지역별 지수를 기준으로 그리스 증시는 올들어 44.8% 뛰어 전세계 시장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최근 6년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던 그리스는 이달초 2014년도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내년 0.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2001년 이후 선진지수에 포함됐던 그리스가 지난 6월 신흥국지수로 재분류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FT는 장기침체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그리스 증시가 올해 선전한 이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꼽았다. 또 유로존 위기가 진정되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투자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
그리스와 함께 대표적 유로존 재정위기국 중 하나인 아일랜드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35.4% 상승하며 2위를 차지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13일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졸업하며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첫 국가가 됐다.
핀란드는 자국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의 실적 호조로 올들어 주식시장이 35.3% 상승하며 3위에 올랐다.
주요 경제국인 미국과 독일이 각각 27.2%, 23.3% 상승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닉 넬슨 UBS 글로벌주식전략가는 “미국은 주택시장과 새로운 신용사이클 호전 등 내수 경제 회복에 힘을 얻었으며 독일은 유럽과 글로벌 거시경제가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잘나가던 이머징마켓의 굴욕..골드만삭스 “투자 줄여라”
반면 남미 등 대다수 신흥시장은 올해 최악의 성적을 냈다.
페루가 -32.4%로 가장 부진했고 인도네시아(-26.8), 칠레(-24.4), 콜럼비아(-24.1), 터키(-20.8)가 20% 넘게 떨어졌다. 올해 MSCI 신흥국 지수 수익률은 MSCI 세계지수보다 21% 낮았다.
넬슨 전략가는 “주가가 많이 떨어진 나라들은 거의 다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면서 올해 자본 유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신흥국이 향후 10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음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썰물처럼 빠진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As the Tide Goes Ou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의 향후 5~10년간 수익률이 시장 대비 크게 밑돌고 변동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신흥시장 투자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