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18일 15시 55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정선영 기자] 외환당국이 G20 서울정상회의 이후 첫 규제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침착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오후 기획재정부가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세 과세 브리핑 소식에 환율은 잠시 움찔했지만 오히려 급락했다.
이머징 국가들의 규제 행진에 발맞춰 한국도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나선 만큼 당분간 규제 경계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은 시장 예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규제안이 주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환율 롱스탑 촉발..막판 15분에 10원 급락
시장 참가자들은 규제 발표 소식이 뜨자 달러 매도에 집중했다. 이미 유럽 재정 우려와 규제 리스크로 숏커버와 함께 롱플레이까지 한 만큼 너도 나도 롱스탑(달러 재매도)에 나섰다. 환율은 장막판 1142.4원에서 1133.0원까지 10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과세에 환율이 오히려 빠진 것은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결과라는 시장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관련 규제로 환시 수급과 연관성이 적은 점도 환율 영향력을 축소시켰다.
외환딜러들은 재정부의 외국인 채권 과세 브리핑 소식에 `이미 나온 거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의 외국인 채권 과세 소식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였고 선반영된 측면이 컸다"며 "동시에 유로가 1.3599달러 수준까지 오르면서 시장 충격이 상쇄됐다"고 말했다.
◇ 재정부 "규제안 계속 검토 중, 연말까지 지속될 듯"
당국의 규제 관련 소식은 연말까지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당국은 외국인 채권 과세 뿐 아니라 은행세 도입, 선물환 포지션 추가 축소 등 추가적인 조치들을 검토하면서 규제 강도 및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 과세, 은행세 등 각각의 규제안에 대해 해당 과별로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며 "선물환 추가 축소 역시 현재 공동검사가 진행 중인 상태인 만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반응도 살펴야 하고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에서 브리핑에 나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는 이달 12일부터 소급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시점은 법 개정안 제출 시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국회 내 논의 과정에서 적용 시점이 다소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소급 적용이 유력하다”고 언급했다.
◇ 딜러들 "돌발 규제 없다면? 반등 여력 별로 없어"
외환시장에서는 규제안이 이전처럼 높은 경계감을 유발해 환율 상승을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안과 함께 또 다른 환율 반등 재료로 꼽히는 아일랜드 재정위기가 한 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상승폭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발 변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달러-원 환율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149.5원으로 1150원선에 근접한 수준에서 단기 고점을 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은 1150원 언저리에서 고점을 본 듯하다"며 "유로도 바닥을 본 것으로 보이고 역외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숏커버가 마무리된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안이 나왔을 때 역내에서도 롱스탑이 강하게 나온 점은 환율 반등 여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