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시부트라민제제 비만약의 판매중단을 검토하자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성급하게 판매중단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식약청은 오는 26일 판매중단 여부를 판단해 발표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5일 시부트라민제제 판매 업체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긴급 회의에서 제약사들은 "리덕틸의 최종보고서가 도출되는 3월 이후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회의에는 애보트를 비롯해, 한미약품(008930), 종근당(001630), CJ제일제당 등 10여개사가 참석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EA)는 최근 6년간 심혈관질환이 있는 98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덕틸의 임상연구 결과 11.4%에서 심장발작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유럽에서의 판매중단 결정을 내렸다. 아일랜드는 시중 유통 제품에 대해 회수조치도 내렸다.
이에 식약청은 지난 22일 우선적으로`원칙적으로 시부트라민제제 비만약의 처방을 자제하라`는 안전성 경고를 내렸다. 이후 판매중단과 같은 후속조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제약사들을 긴급 소집했다.
식약청은 해당 업체들의 의견 및 해당 약물의 임상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판매중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참석한 제약사들은 미국 FDA와 마찬가지로 최종보고서가 도출되는 3월 이후에 판매중단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게 합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미 시부트라민제제 비만약의 허가사항에 심혈관 관련 부작용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판매중단과 같은 추가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FDA는 유럽과는 달리 우선적으로 해당 의약품의 라벨에 심혈관 관련 부작용 경고를 부착하기로 하고 판매중지 여부는 3월 이후 내리기로 결정한 상태다.
제약사들은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면 심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환자에 이 약물의 처방을 금지토록 조치하는 게 현명하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시부트라민제제 복용 환자중 15% 정도가 심혈관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모든 환자에게 판매중단을 결정할 경우 이 약물의 복용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는 치료 약물이 사라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유럽에서의 판매중단 조치를 이유로 국내에서도 판매중단을 결정하면 다른 약물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럽에서는 향정신성약물인 펜터민제제 등에 대해서는 지난 1999년 퇴출 조치를 내렸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즉 11년전에 유럽에서 퇴출된 약은 판매를 허용하면서 유독 향정신성약물보다 더 안전하다고 입증된 시부트라민제제만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은 식약청의 행정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날 참석한 제약사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큰 문제없이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처럼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3월 이후 최종결론을 도출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업체들의 의견을 검토한 후 내일중 최종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시부트라민제제는 국내에서 총 5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애보트의 리덕틸과 한미약품의 슬리머가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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