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유환구기자] 미국에서 불어온 `R`의 공포가 국내증시를 집어삼켰다.
간밤 미국 증시가 실물경기 악화 우려감으로 폭락하자 코스피 시장도 이에 동조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고꾸라졌다.
시가총액 2위주인 포스코(005490)가 하한가로 직행한 것을 비롯 한국 증시의 대표주들이 대거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하며 패닉에 휩싸인 투자심리를 실감케했다.
금융 위기가 잦아든 데 따른 안도랠리 분위기가 고조됐던 터라 시장 참여자들의 허탈함은 더욱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지선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굳이 매수에 나선다면 방어주 중심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소나기를 피해가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 서울증시 대표주 `추풍낙엽`
국내 증시의 대표주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몸집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률이 크지 않았던 대형 종목들이 상장 후 첫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줄줄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 상위 2위 종목인 포스코(005490)는 지난 1998년 10월8일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미끄러졌다. 가격 제한폭이 15%로 확대된 이후로는 처음.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철강시황이 부정적인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에 대한 부담감이 악재로 작용하며 이틀째 급락해 52주 최저가를 새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현대중공업(009540)을 비롯해 삼성중공업(010140), 기아차(000270) 등은 지난 2001년 이후 7년만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금융주와 함께 유동성에 민감한 건설주들도 들썩거렸다. 우리금융(053000)이 상장 후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내려갔고 GS건설(006360)과 현대건설(000720)은 각각 7년, 4년 만에 하한가를 맞았다.
◇ 실물경제 침체 여파 어디까지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잦아드는 찰나에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로 시선이 옮겨간 이상 길고 지루한 싸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세계 증시가 팔 기회도 주지 않고 폭락하고 있어 어디로 도망갈래야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 빠졌다"며 "우선 미국 주택가격이 안정을 보이는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실물경기 쪽으로 넘어가면 조정기간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며 "가격 조정은 어느 정도 됐다고 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공포국면으로 철저히 심리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에 예상을 내놓기 어렵다"면서도 "전세계 국가들의 금융위기 해결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어 지난번 저점을 쉽게 깨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팀장은 "내일(17일) 증시대책은 실제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매도 동참이냐 저점 매수냐
지수가 이미 폭락했기 때문에 매도세에 휩쓸리기 보다는 지지선을 확인한 뒤 방어주 중심의 보수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지수가 바닥권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팀장은 "지금은 기업 이익은 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철저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과 부채 등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황 팀장은 "바닥권이라해도 적극적으로 올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선 지지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신과 제약 등 방어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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