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7일 07시0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미국 바이킹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가 별도의 장기지속형 제제 기술 없이 월 1회 비만약 투약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 미립구 장기지속형 제제 개발사 입장에선 '월 1회 투약'을 구현할 수 있는 대안이 늘어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작용 우려’ 뒤집은 바이킹…감량 넘어 유지 가능성 열어
바이킹테라퓨틱스는 22일(현지시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이중작용제 ‘VK2735’의 비만 유지요법 임상 1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
월 1회와 격주 투여 가능성을 확인한 데 힘입어 이날 바이킹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5.67%(10.74달러·약 1만4540원) 오른 40.85달러(약 5만53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41.73달러(약 5만6490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도 47억7000만달러(약 6조4800억원)를 기록했다.
이번 데이터는 지난해 경구용 VK2735의 임상 2상 ‘벤처-오럴’(VENTURE-Oral) 결과로 흔들렸던 시장의 신뢰를 일부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당시 경구제는 13주 동안 최대 12.2%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지만 이상반응에 따른 중도탈락률이 VK2735군 20%, 위약군 13%로 나타나면서 내약성 우려가 불거졌다. 발표 당일 바이킹 주가가 42% 급락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피하주사 유지요법에서 위장관 이상반응이 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기존 우려를 상당 부분 덜었다.
이번 임상은 비만 성인 약 1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VK2735 또는 위약을 21주 동안 주 1회 투여받았으며, VK2735 투여군은 1.25㎎에서 시작해 2주마다 용량을 높여 최종 15~22.5㎎에 도달했다. 이후 12주 동안 주 1회, 격주, 월 1회 또는 위약으로 전환됐다. VK2735 투여군은 21주 동안 평균 16~19%의 체중을 감량했다.
월 1회로 투여 간격을 늘린 환자들은 기존 감량분의 평균 85%, 최대 90%를 3개월간 유지했다. 격주 투여군의 유지율은 평균 90%, 최대 97%였다. 반면 위약으로 전환한 환자들은 감량분의 61%만 유지했다. 브라이언 리안 바이킹 최고경영자(CEO)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를 통한 체중감량 유도에서 유지요법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시장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번 임상은 VK2735를 주 1회 투여한 환자가 같은 약의 격주 또는 월 1회 요법으로 전환한 결과다. 향후 다른 치료제로 목표 체중에 도달한 환자가 VK2735 월 1회 유지요법으로 갈아타는 ‘전환요법’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아직 위고비·마운자로 등 다른 GLP-1 계열 치료제에서 VK2735로 바꿨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장 확장 가능성이 주가 급등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월 1회’ 구현 대안 늘었다…국내 미립구 업계엔 부담
이번 결과는 국내 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제제 업계에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펩트론(087010)이 ‘스마트데포’, 지투지바이오(456160)가 ‘이노램프’(InnoLAMP), 인벤티지랩(389470)이 ‘IVL-드럭플루이딕’(IVL-DrugFluidic)을 앞세워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약물을 생분해성 고분자 미립구에 담아 수주에서 수개월간 서서히 방출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들 플랫폼의 핵심 가치로 평가받은 것은 매일 또는 매주 맞는 주사제를 월 1회 이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바이킹은 장기작용 신약의 투여 간격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월 1회 유지요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적어도 체중감량 이후 유지요법에서는 외부 장기지속형 기술을 도입하지 않아도 환자의 투약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졌다. 기존 주 1회 약물을 미립구 제형으로 바꾸는 방법 외에 처음부터 반감기가 긴 후보물질을 개발하거나 감량기에는 주 1회 투여하고 유지기에는 격주 또는 월 1회로 전환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주사제로 체중을 감량한 뒤 경구제로 유지하는 방식도 대안이다. 바이킹 역시 동일한 VK2735 성분으로 피하주사제와 경구제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이는 펩트론뿐 아니라 지투지바이오와 인벤티지랩 등 국내 장기지속형 플랫폼 보유사의 협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별도의 미립구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도 후보물질 자체의 반감기 연장이나 투여 간격 조정이 가능하다면 외부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과 지불 의사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히 월 1회 투여 가능성만으로는 플랫폼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미립구 주사제는 개발과 생산이 까다롭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약물을 생분해성 고분자 안에 고르게 넣고, 투여 직후 약물이 한꺼번에 방출되지 않으면서도 정해진 기간 일정하게 나오도록 설계해야 한다. 대량생산 과정에서도 입자 크기와 약물 함량, 방출 속도를 균일하게 유지해야 해 멸균과 품질관리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기존 피하주사제의 투여 간격만 늘려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글로벌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개발과 생산이 간단한 방식을 먼저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약과 사업모델 달라…미립구는 ‘검증된 약물’ 활용”
바이킹의 성과가 국내 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기술의 필요성을 없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두 방식 모두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지만 기술의 출발점과 사업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감기 연장 기술은 원료의약품(API)의 구조나 약물 자체의 특성을 바꿔 체내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반면 미립구 기술은 기존 API를 생분해성 고분자 안에 넣고 고분자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약물이 서서히 나오도록 조절하는 제형 기술이다. 약물 자체를 새로 설계하기보다 기존 약물의 방출 속도와 투여 간격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바이킹과 같은 장기작용 신약은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비임상과 임상 1~3상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미립구 제형은 이미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된 API를 활용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다. 검증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고 제품 수명을 늘리는 의약품 수명주기관리(LCM)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내 업체들이 내세울 수 있는 기술적 차별점도 남아 있다. 펩트론은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복수의 펩타이드 약물에 장기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미립구의 입자 크기와 약물 방출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이노램프 플랫폼의 강점으로 내세운다.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 기반 제조기술을 활용해 입자 균일성과 생산공정의 재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장기지속형 기술업계 관계자는 “미립구 기술은 새로운 API를 발굴하는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장기지속형 제품으로 확장하는 사업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이 같은 LCM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사업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해 오늘]'냉장고 속 11개월'…여친 살해 후 8800만원 가로챈 남친](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3000230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