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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앞두고 직장 내 성범죄는 제자리걸음

이영민 기자I 2023.09.04 14:37:09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 보호 미미
신고 시 불이익 우려에 피해자는 침묵
"직장문화 개선할 제도적 장치 필요해"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를 추모하며 직장 내 성범죄를 막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직장갑질119는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서울노동권익센터, 야당 국회의원들과 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서 신당역 살인사건의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 참석한 이들은 사건 발생 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성이 일하는 환경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야당 의원들은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현장 대응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당역 사건을 토대로 스토킹 방지법이 온라인 성폭력까지 포함하도록 개정됐고, 스토킹 피해자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현장에선 가해자 분리가 지켜지지 않고 피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경우에도 지하철 현장 직원에 대해 2인조 안전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역 직원 10명 중 9명이 여전히 나 홀로 근무로 불안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신당역의 충격과 불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26%)은 직장 내 성희롱을, 10명 중 1명(8%)은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직장 내 성범죄는 여성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일 때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응답자들은 성희롱에 대한 대처로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83.5%) 또는 ‘회사를 그만뒀다’(17.3%)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경찰청이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위반으로 신고된 사건3186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7.1%(225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불리한 처우를 신고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도 7.8%(35건)뿐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사업주는 즉시 사실을 조사해야 하며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취하면 안된다고 규정하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시운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의 상당수는 사내 고충처리제도가 없거나 후속 분리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 사내 보복 등의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며 “신고하는 순간 피해자는 자발적 퇴사를 불사하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피해를 증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발방지를 위해 위계적인 직장문화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는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당역 살인사건 추모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달 11일부터 닷새간 신당역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을 설치하고 사건 1주기인 14일 오후 7시에 이곳에서 추모 문화제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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