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누락에 규정 위반…軍 '철책 월북' 총체적 경계 실패

김호준 기자I 2022.01.05 12:00:00

합참, 22사단 ''철책 월북'' 조사결과 발표
철책 이상 시 상부 보고해야 하지만 자체 상황 종료
작전 초기 월북 아닌 ''귀순'' 가능성 두고 병력 투입
"엄중히 상황 인식…임무 수행 향상 특별기간 운영"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새해 첫날 신원 미상자가 강원 고성 제22보병사단 관할 지역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간 ‘철책 월북’ 사건 당시 군 당국은 이를 감시카메라에 5회나 포착하고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철책을 넘을 당시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음에도 대대 지휘통제실은 현장에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급 부대에 보고하지 않는 등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 2019년 2월 14일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 전경. 고성 GP는 군사적·역사적 가치를 고려, 통일역사유물로 선정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5일 합동참모본부는 ‘철책 월북’ 사건 관련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합참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전비태세검열단장 등 17명을 급파해 조사에 나섰다.

이 월북자는 지난 2020년 11월 22보병사단 관할 지역 철책을 넘어 우리 측으로 귀순했던 탈북민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합참에 따르면 군이 이 월북자를 최초로 식별한 시각은 당일 오전 0시51분경이다. 인근 민통초소 관리 폐쇄회로(CC)TV를 통해 월북자를 식별한 군은 당시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이 월북자는 방송을 듣고 순순히 인근 마을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북자가 다시 군 감시망에 포착된 건 같은 날 오후 6시36분경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다.

당시 철책에 ‘절곡’(부러져서 굽어짐) 현상으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경고등·경고음이 발생해 소대장 등 6명 초동조치조가 철책을 점검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당시 GOP 감시카메라 3대에 월북자가 철책을 넘는 모습이 총 5회나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카메라에 저장된 녹화영상 재생 시에도 영상 저장서버에 입력된 시각과 실제 시각이 차이가 나 월책 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오후 9시17분경 군은 열상감시장비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이 월북자를 다시 식별했다. 군은 작전 병력을 투입했으나, 초기 작전은 지형이나 이동방향을 고려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이 월북자는 부대 출동 병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태였고, 결국 오후 10시49분경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 식별된 후 2일 오전 0시48분경 우리 군 감시망에서 사라졌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통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월북한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이 월북자가 MDL 북측에서 발견된 직후 신원 미상 인원 4명이 식별돼 ‘북한군이 데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감시영상 분석결과 2일 오전 0시43분경 식별된 미상 인원들과 월북자는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군은 내일(6일) 합참의장 주관으로 현 상황 관련 ‘긴급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이번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상급부대인 8군단장 책임 하에 경계작전부대 임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기간도 운영한다.

다음 달부터는 합참 차원에서 경계 작전부대 임무 수행 실태를 현장 점검에도 돌입한다.

합참 관계자는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절치부심’ 자세로 임무수행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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