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소재·부품·장비' 독립 잰걸음…정부, 中企 R&D 4000억 투입

김호준 기자I 2019.08.14 10:00:00

중기부,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발표
인공지능·시스템반도체·미래차 등 전략분야 R&D에 2000억 투입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기업·스타트업 200개 선정·투자
대학·연구기관 기술, 中企로 이전해 상용화 시도

13일 오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과 관련해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독립을 위해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개편한다. 매년 40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과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R&D를 우선 지원하고 소재·부품·장비를 다루는 강소기업과 스타트업 총 200곳을 선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 소재·부품·장비 분야 R&D 집중 지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14일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13일 열린 기자단 사전브리핑에서 “아베 일본이 우리 산업 핵심을 흔들고 있지만 우리 기술중소기업을 만나면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그간 정부의 R&D 지원 방식이 특정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한 ‘탑다운(Top-down)’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실물경제 속에서 정말 필요한 부분을 조사하고 지원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시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개편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선 중기부는 그간 단기간·소액으로 진행했던 중소기업 R&D 지원을 기술 역량 수준에 따른 단계별 지원체계로 변경한다. 현행 1년·1억원 지원에서 3년 이상, 최대 20억원까지 지원 기간과 금액을 확대한다. 다만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혁신정체 기업 양산을 막기 위해 단독 기업 R&D의 경우 최대 4회까지만 지원 가능한 ‘4회 졸업제’를 실시한다.

4차산업혁명 전략기술 분야도 육성한다. 시스템반도체와 미래차·빅데이터·블록체인·첨단소재 등 20개 분야·152개 품목에 대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을 구분 공모 방식으로 지원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경우 모든 산업과 연결 가능한 범용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해 가점·우선공모 방식으로 우대한다.

일본 수출규제로 필요성이 커진 ‘소·부·장’ 분야 기술독립도 지원한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산하 ‘대중소 상생협의회’를 통해 수요·공급 기업 간 분업 협력을 지원하고, 불확실한 R&D 결과물에 대한 구매의무를 면제해 실험적·모험적 R&D를 시도할 수 있도록 한다. 예산은 대기업·공공기관·중견기업이 대·중소협력재단에 출연한 ‘민관공동 R&D투자협약기금’을 활용한다.

또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기업 100곳과 스타트업 100곳을 발굴해 R&D와 사업자금, 판로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소재·부품·장비 전용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투자해 전략품목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R&D 방식도 다양화한다. 정부가 보조금만 지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벤처투자자(VC)의 자본과 보육역량을 활용한 ‘민·관 연결 벤처투자형 R&D’를 도입하고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미리 대비한 ‘사전규제컨설팅’도 지원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도 구분공모해 지원하고 재창업 기업의 재기지원 R&D도 확대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강소기업 100개 선정은 올해 안에 마무리 짓고 스타트업 선정은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4일 발표한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요약내용 (자료=중기부 제공)
◇ 대학·연구기관 보유기술, 中企가 상용화

그간 실제 산업 분야 적용이 미흡했던 산·학·연 협업 체계도 손본다. 중기부는 지난해 39% 수준에 머물렀던 산·학·연 협력 R&D를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기업으로부터 R&D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독일 전문연구기관 ‘프라운호퍼(Fraunhofer)’를 벤치마킹해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위탁개발 R&D’를 도입한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중소기업에게 이전하고 상용화 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한다. 기술보증기금이 갖고 있는 기술 데이터베이스와 전국 영업망을 활용해 수요를 발굴하고 연결해주는 ‘테크브릿지(Tech-Bridge) R&D’를 신설한다. 소재·부품·장비 R&D의 경우 실제 기업들의 수요와 공급 일치가 필수적이다.

박 장관은 “테크브릿지 R&D는 이미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지원할 기술품목 50개 정도를 선정해놓은 상태”라며 “많게는 200개까지 늘리기 위해 더 연구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연구비 부정사용 차단을 위해 지출내역 알림시스템을 마련하고 특별점검반을 통해 수시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R&D 신청 서류도 기존 5종에서 1종으로 간소화한다.

정부의 이번 R&D 지원체계 개편안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국내 기업들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을 제고할 세부 대책안으로 그 실효성이 주목된다. 개편은 하반기 기업 선정 작업 등 준비과정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하반기 관계부처 TF 구성을 통해 추진 과제들을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정책이며 예산도 그렇게 짜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관련 사전브리핑이 열렸다. (사진=중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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