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러시아 여객기 추락에 이어 파리 연쇄 테러까지 발생하면서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파리 출장을 재검토하고 있고 항공사와 여행업계는 예약 취소에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리 연쇄 테러 배후로 IS가 지목된 가운데 러시아도 지난달 여객기 추락이 폭탄에 의한 것이었다고 발표하면서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파리를 비롯한 유럽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기고 이에 앞서 테러가 자행됐던 이집트나 튀니지, 터키도 기피국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2위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은 프랑스와 이집트에서 발생한 두건의 테러가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캐롤린 맥콜 이지젯 최고경영자(CEO)는 전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파리 출도착 노선을 예약해놓고 탑승하지 않는 승객들이 평소보다 늘었다”며 “앞으로 파리 비행노선은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러 이후 파리 여행이 재개되긴 했지만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 항공사인 플라이비그룹 역시 이날 예약자들이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시장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공항을 출발해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지난달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추락한 이후 영국 정부는 영국 항공사들의 샤름 엘 셰이크 운항을 제한했다. 이지젯은 이집트로부터 영국인을 태워오기 위해 빈 항공기를 보내면서 영국 정부가 운항 재개를 허용할 때까지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항공사들의 경계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미국 저가항공사인 스피릿항공은 이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향해 출발하려던 항공기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무슬림계 승객이 있다는 승무원의 신고에 이륙 직전 게이트로 비행기를 돌렸다. 면밀한 조사 끝에 3시간 후에 다시 이륙했다.
파리에서 개최하려던 여러 행사도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외무부와 함께 우크라이나 투자에 대해 개최하려던 컨퍼런스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ABN암로 역시 기업공개를 앞두고 파리에서 진행하려던 투자설명회를 취소했다.
미국 비즈니스여행연합(BTC)이 17개 국가의 84개 기업과 대학, 정부의 출장 담당자를 대상으로 파리 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1%가 당분간 프랑스 출장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자. 20%는 유럽으로의 출장을 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탈리아 여행사인 알피투어는 파리로 여행을 계획했던 이탈리아인들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튀지니, 터키, 이집트 등에서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스페인, 포르투갈, 키프로스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 북아프리카의 테러 장소는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날씨로 휴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테러 공포가 커지면서 스페인이 최고의 여름 휴가지로 떠올랐다. 9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스페인을 찾은 외국인은 3180만명으로 작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100만명 가량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