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27일 중국 주식시장이 10년여 만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중국 증시 역사에 `검은 화요일`의 기록을 새로 썼다. 단기급등으로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악재와 루머가 쏟아지며 주가가 날개없이 추락했다.
이날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8.84% 폭락한 2771.79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996년 12월16일 9.91%의 하락률을 기록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선전종합지수도 8.54% 떨어진 709.81을 기록했다.
전날 상하이 증시의 주요지수인 상하이 종합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 랠리 기대감을 한껏 높여놨지만, 결과적으로는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대형조정의 빌미가 됐다. 증시 잠재력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 심리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저우 샤오찬 인민은행 총재의 위안화 절상 시사 발언이 기업들의 실적 우려를 증가시켰고, 차이나 텔레콤의 비용증가 우려와 시틱 증권 주요 대주주 지분 매각 가능성 등 대형주들의 악재들이 겹쳤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주문도 쇄도했다. 내달 5일에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에서 확정될 법인세율 인하 등 시장 친화적 정책들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오히려 전인대에서 증시 과열 방지책이 새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오후 들어 낙폭은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루머가 유포되면서 증시는 결정타를 맞고 내려 앉았다.
누구나 인지할 만한 특별한 악재가 있었다기 보다는 다양한 부정적 소식들이 겹치며 투자자들이 투매양상을 보였다.
지난 16일 지급준비율 인상여파로 부진했던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공상은행(ICBC)등 은행주가 5%이상 크게 밀렸다. 화샤은행과 민생은행은 가격제한폭(10%) 가까이 빠졌다. 시틱증권도 10% 폭락했다.
그 밖에 철강주와 부동산주도 크게 밀렸다. 바오선 철강과 우한강철등 주요 철강주들이 5%~10% 밀렸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차이나반케도 5%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