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 재정정책은 모두 F학점"

하정민 기자I 2004.10.25 15:40:04

부시-케리 대선공약,재정적자 감축 불가능

[edaily 하정민기자] "누가 대통령이 되든 4년 내내 재정적자 문제로 시달릴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공약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고 MSNBC가 보도했다. 특히 두 후보의 재정정책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집권 4년 내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적자는 테러, 이라크전쟁, 고용 등에 가려 이번 대선에서 큰 이슈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재정적자 증가와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재정적자 문제가 최고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통제불능..누가 당선돼도 세금인상 불가피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4130억달러로 사상 최고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두 후보는 모두 집권 후 대대적인 적자 감축에 나서겠다고 공약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과 달리 케리나 부시 모두 재정적자 감축에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수잔 비에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정치인들이 과자통에서 과자를 빼먹듯 함부로 예산을 지출해 재정적자 문제가 생겼다"며 정치인들의 안이한 재정적자 인식을 질타한 바 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글로벌인사이트는 적극적인 사회보장정책을 약속한 케리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재정적자가 상당규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인사이트는 케리 정권 하에서 미국 재정적자가 5년 후 4510억달러, 10년 후에는 6330억달러로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부시 정권 하에서 2009년과 2014년 재정적자는 각각 3840억달러, 57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기간동안 재정적자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파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세금인상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는 작업이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란 의미다. 팀 오닐 해리스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당선되든 세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마크 잔디 이코노미닷컴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는 2008년 대선에서는 재정적자가 최고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베이비붐 은퇴가 본격화하면 연금 지급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욱 급증할 것"이라며 "어려운 선택만 남겨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성장률, 고용도 누가 되든 차이없어..세금정책은 재정적자 문제를 제외한 기타 경제정책에서도 두 후보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성장률, 고용 등에서 케리 후보의 프로그램이 부시 진영보다 조금 우위에 있지만 그 차이는 지극히 미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만 두 후보의 경제정책을 통해 혜택을 입는 계층은 분명히 엇갈린다고 진단했다. 조세감면을 외치고 있는 부시가 집권할 경우 부유층이 많은 혜택을 본다는 의미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는 "두 후보 모두 본인이 약속한 것을 지킨다면 4년 후 미국 경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도 비슷한 모양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나리먼 베라베시 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부시와 케리의 경제정책은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닷컴은 케리가 집권할 경우 향후 미국 경제가 10년간 평균 3.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의 경우 3.1%를 예상했다. 글로벌인사이트는 두 후보 모두에게 2.9%를 제시했다. 이코노미닷컴은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케리에게 좀더 후한 점수를 줬다. 케리의 정책 하에서는 향후 10년간 매년 평균 150만건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부시는 130만건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1조달러의 세금을 깎는 감세정책을 영구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부시가 집권하면 부유층들이 더욱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케리는 연 수입 20만달러 이상 가계의 세금감면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금정책 연구회사 딜로이트는 매년 57만5000달러를 버는 미국 가계가 부시 정권 하에서는 매년 1만9300달러의 세금을 덜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케리가 집권할 경우 세금 부담액은 1만3700달러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저소득층은 누가 집권하든 별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연 수입 4만달러의 가계는 부시와 케리 정권 하에서 모두 2000달러의 정도의 세금을 면제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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