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기업에 유리한 연금제도 추진 "논란"

강종구 기자I 2002.12.10 17:22:18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정부가 기업의 연금제도를 기업주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부시 행정부는 기업의 전통적인 기업연금제도(IRS 등)를 상대적으로 자금부담이 적은 현금-균형 연금(cash-balance plan)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10일 재무성에 의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연금제도인 IRS 등 확정급부형 기업연금(DBP)의 경우 종업원들의 재직 연수와 퇴직전 급여수준에 비례해 연금을 지급한다. 반면 현금-균형 연금의 경우는 근속연수와는 무관하게 연금 지급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령의 종업원들에게 불리하다. 반면 기업들은 연금 지급액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유리하다.

미국 정부가 기업연금의 변경허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주가하락 및 저금리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의 연금운용실적이 극히 부진해 연금자산이 연금부채에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확정급부형 기업연금의 경우 부족한 연금지급액을 기업들이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사정이나 실적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적배당 연금제도인 401K의 경우 매년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업의 의무가 종료되고 연금지급액은 개별 종업원의 운용능력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업연금인 IRS의 경우는 미래의 연금지급액이 확정돼 있다(확정급부형). 따라서 연금투자로 예정이율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손실을 보거나 수익이 적을 경우에는 기업이 부족분을 추가로 출연해야 한다. 또한 근속연수에 따라 연금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령 종업원이 늘면 기업의 자금부담도 늘게 마련이다.

부시 행정부의 제안이 나오자 기업들은 "희망 사항"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연금제도를 바꿀 경우 매년 1억달러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또한 연금제도를 바꾸면 더 많은 기업들이 연금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종업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향후 5년간 5억달러의 원가절감을 위해 IRS방식의 연금제도를 현금-균형 연금으로 바궈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IBM도 현금-균형 연금제도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최대 퇴직자 단체인 전미은퇴자협회(AARP) 등은 연금제도 변경으로 인해 고령 노동자들의 연금지급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운용 잘못으로 인한 손실을 종업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이다. 또한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지속적으로 비치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현금-균형 연금은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11년 전 처음 도입한 이후 약 700개의 미국 기업에 의해 채택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미국 국세청이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불평등 대우 여부를 연구해 봐야 한다며 현금-균형 연금의 승인을 중지했다. 현 부시행정부의 제안이 9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통과될 경우 국세청은 현금-균형 연금의 승인을 재가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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