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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엔비디아 등 미국산 첨단 AI 칩이 말레이시아·태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수출 제한 규정 초안을 마련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엔비디아 등 미국 AI 칩을 말레이시아·태국으로 수출할 때 별도 라이선스(수출허가) 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미국·우방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는 수개월 간 유예기간이 부여되며, 공급망 차질 방지를 위해 일부 예외 조항도 포함된다. AI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클라우드는 미국 승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번 조치는 2022년 이후 대중(對中) AI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동남아를 경유해 밀수 등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반도체가 급증한 데 따른 대응으로, 직접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실제로 최근 말레이시아·태국으로의 AI 칩 수출이 급증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아울러 엔비디아 측은 “중국에 대한 AI 칩 우회수출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배송된 AI 서버의 최종 목적지가 조작된 사례와 관련해 3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또 이번 조치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시행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AI 수출 규제(AI 확산 프레임워크)를 공식적으로 해제하는 방안과 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초 “바이든 전 행정부의 AI 규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며 혁신을 저해한다.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고 AI 지배력을 보장할 대담하고 포용적인 새 전략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AI 확산 프레임워크’ 중단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전 세계를 3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시행했다. 한국·대만 등 17개 동맹국(1단계)에는 무제한 수출을 ‘허용’하지만 약 120개국(2단계)에는 수출량을 ‘제한’하고, 중국·러시아 등(3단계)에는 사실상 수출을 ‘금지’하는 3단계 체계다. 첨단 AI 반도체 등의 해외 유출을 막아 미국의 기술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이외에도 미 정부는 2022년 시행 이후 여러 차례 강화된 대중 반도체 규제는 유지할 방침이다. 여기엔 중국·러시아 등으로 반도체가 밀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3년부터 시행된 40여개국에 대한 규제도 포함된다.
즉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했던 ‘AI 확산 프레임 워크’는 일부 완화하되, 말레이시아·태국 등 우회경로로 지목된 국가에 대한 ‘핀셋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동맹국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에서만 AI 칩 사용울 허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소식통들은 다만 미 상무부의 초안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일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한 바이든 전 행정부 AI 반도체 정책 개편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넘어 더 광범위한 국가로 AI 칩 수출을 규제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한편 소식통들은 말레이시아·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는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이번 규제 강화로 현지 생산·공급망 차질, 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대담하고 포용적인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동남아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기기에 사용될 칩을 포장하는 공정)·테스트 허브로, 미국·대만·한국 등 다국적 기업의 현지 생산 거점이 집중돼 있다. 미국이 동남아 경유 우회수출까지 본격적으로 통제에 나서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및 AI 산업에 중장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오라클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패키징(기기에 사용될 칩을 포장하는 공정)과 같은 핵심 제조 단계를 동남아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