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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위안부 원죄 어딨냐…사상 유례없는 전시여성 인권유린"

정다슬 기자I 2021.12.29 14:09:37

정의용 내신기자 간담회
"일본 전향적·신속한 대응 기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기자 대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9일 한일 갈등의 핵심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원죄’를 언급하며 “일본이 좀 더 전향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사상 유례없는 전시여성의 인권유린이고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사례”라며 “피해를 준 당사국(일본)에서도 우리와 같은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무효화’됐다며 한일 관계 파탄의 책임이 문재인정부에 있다는 ‘원죄’가 있다고 거론한 것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원죄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일본은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했다. 이 가운데 합의 시점 기준으로 생존 피해자 총 47명 중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중 58명에게 ‘치유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이 지급됐다.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피해자와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위안부 합의는 파기하지 않으며 앞으로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와 별개로 화해·치유 재단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2018년 9월 이를 해산시켰다. 재단 잔여기금 56억원 등의 처리방향을 놓고 일본과 협의 중이나 수년째 답보 상태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화해·치유 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더이상 재단을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정부가 최소한의 위로를 해 드리기 위해서 정부 예산으로 양성평등기금을 만들었는데, 할머니들이 이 돈도 지원받기를 원하지 않고, ‘우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받으라’고 요구하셨다”며 “일본 측에 여러 가지 방안을 협의했지만 일본은 끝까지 우리가 2015년 합의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 하는 아주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어서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및 화해·치유 재단 잔여기금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일본을 계속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잔여기금과 양성평등기금을 어떻게 한일에서 합의해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 처리수) 방출 문제에 대해서는 정 장관은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가진 주변국과 적극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에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실 수 있는 정도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다오’ 이렇게 요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이 우리 정부의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전문가를 파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안정성 평가 태스크포스팀(TF)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일본과 양자 정보통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정 장관은 일본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평가하며 “올바른 역사 인식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의 기초가 됨을 계속 강조하고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위한 외교 당국간 협의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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