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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출시 약 10년 만에 코스피 시가 총액 10위권 내에 진입하고 정통의 제조업 강자 현대자동차와 총액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정보통신(IT) 업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신화 표본인 카카오가 역설적으로 스타트업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이려고 구상한 ‘보이는 자동응답서비스(ARS)’ 플랫폼에 대해 해당 분야 특허를 보유 중인 콜게이트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콜게이트는 당초 카카오가 자신들과 독점적 사업 체결을 사실상 구두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보이는 ARS 사업에 대해 콜게이트와 독점 계약 약속을 포함한 어떤 계약도 체결한 바 없고 단지 관련 업체들과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사업 추진 가능성 정도를 타진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기망하거나 불법행위 없었다”
콜게이트 주장에 따르면 카카오 측과 처음 만남이 성사된 시점은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게이트는 당시 카카오의 기술 분야 고위관계자와 만나 회사와 기술을 소개했다고 한다.
해당 만남 이후 사업제휴와 관련한 얘기들이 오가다가 몇 개월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2019년 초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스테이지파이브를 통한 투자와 지분인수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스테이지파이브 지분인수 논의와는 별개로 지난해 말부터는 다시 카카오 본사 측과 직접 보이는 ARS 사업에 대한 대면 회의가 수차례 이어졌다는 게 콜게이트 측 설명이다. 하지만 콜게이트의 독점적 지위 및 독점적 제휴와 관련해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 논의는 갈등 양상으로 치달았다.
콜게이트는 결국 지난 7월 21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카카오 측에 ‘불공정 행위 및 사업 침해 사실 등에 대한 입장 확인 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귀사와 사업 제휴를 협의한 바 있으나, 귀사에게 관련하여 독점적 지위 내지는 독점적 제휴를 보장한 사실 및 협의 과정에서 귀사의 주장과 같이 귀사를 기망하거나 여타의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답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게이트 “응하지 않으면 카카오도 사업 안 해야”
콜게이트는 카카오 측과의 대화 녹취록 등을 기반으로 법적 소송까지 준비 중인 상태다. 이데일리가 확인한 해당 녹취록에는 카카오의 한 이사가 ‘콜게이트와 같이 가지 않으면 이 사업은 가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콜게이트 측의 지적에 대해 “제가 그런, 그거 예상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콜게이트의 그 공급망이 없으면 빠르게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콜게이트가 제일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다만 해당 녹취록에도 카카오 측이 명확하게 ‘독점, 독점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약속을 했다는 대목은 나와 있지 않다. ‘독점 계약 얘기가 아니라 사업에 꼭 포함하겠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데일리 질의에 대해 콜게이트 측은 “그렇게 얘기했으니 우리가 응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자기들도 사업을 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해당 표현은 콜게이트를 우선적으로 제휴할 파트너 중 하나로 생각해 함께 하고 싶다고 한 표현일 뿐 독점 제휴를 보장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제휴 미팅 시 서비스 구두 소개와 시연 외 특허나 기술 관련 자료를 공유 받은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콜게이트는 만약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이용한 보이는 ARS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특허법상 지적재산권 침해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콜게이트는 과거 카카오가 현재 운영 중인 포털사이트 다음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메신저를 끼워팔기 했다고 공정위에 제소했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소위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며 날을 세웠다. 박원진 콜게이트 대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독점력을 가지고 보이는 ARS에 무혈입성하겠다는 얘기”라며 “너무나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는 콜게이트의 소송과 공정위 제소 언급이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것이라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 역시 콜게이트가 가진 기술특허와 보이는 ARS 분야 시장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콜게이트가 사업 추진에 필요한 파트너라는 점은 인정하는 눈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공세
카카오는 어떤 명시적 합의를 통한 계약서 작성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콜게이트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보이는 ARS와 관련해 구상을 한 정도고 몇몇 업체랑 미팅을 해본 수준”이라며 “어느 업체랑도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업에 있어서 독점을 보장한 적도 없다”며 “실제로 사업이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또 카카오는 콜게이트뿐만 아니라 어느 특정 업체와도 독점 지위를 보장하면서 보이는 ARS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추가 논의 가능성을 닫아놓고 있지는 않은 만큼 협상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진 대표는 “우선 제휴 파트너 지위를 인정하고 서비스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겠다고 하면 같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콜게이트가 다수의 업체들과 사업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복수 업체와의 제휴·협력 제안을 수용하면 함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이는 ARS는 전화를 하면서 이용자가 특별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특정 콘텐츠 등을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특정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대출 권유’라는 팝업이 자동으로 화면에 보이는 서비스 등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 실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