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한진 사들인 이유

김재은 기자I 2019.01.25 11:04:45

한진칼 10.81%·한진 8.03% 2200억 들여 `매입`
대한항공 대비 가벼운 몸집..10% 매입금액 절반수준
지주회사로 여타 계열사 등 배당수익 극대화 `가능`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KCGI는 3월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임원 보수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가운데 KCGI가 핵심기업인 대한항공(003490)이 아닌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과 한진을 매입한 이유는 뭘까.

증권업계와 크레딧업계에선 한진칼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집을 지녔고,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해 배당수익 극대화 등에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진칼, 한진의 보유자산이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저평가돼 있어 자산 매각이나 재평가시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KCGI, 2200억 들여 한진칼·한진 지분 매입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GI는 지난해 11월 15일 한진칼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현재까지 한진칼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확보했다. 한진칼의 경우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일가(28.95%)에 이은 2대 주주이고, 한진 역시 최대주주 한진칼(34.59%)의 뒤를 잇는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10.81%(107만4156주)를 확보하는데 들인 비용은 1694억7549만원이다. 한진(002320) 지분 8.03%(96만2133주)는 505억1198만원에 취득했다. KCGI가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매입하는데 들인 비용은 2199억8747만원이다.

대한항공의 발행주식수는 9484만여주(보통주 기준)로 한진칼(5917만여주)에 비해 38%가량 많다. 대한항공 지분 10%를 매입하려면 948만주 이상 사들여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가(주당 2만8050원)를 기준으로 해도 2660억원을 웃돈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장내매수한 11월 14일 종가(3만2500원)를 기준으로 할 땐 3082억원에 달한다. 한진칼 10% 지분 매입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 24일 종가기준 대한항공 시가총액은 3조4476억원으로 한진칼(1조7367억원)보다 2배가량 많다. 한진의 시가총액은 5221억원에 그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주회사로서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한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비해 몸집이 가벼워 매수에 나선 것 같다”며 “지주회사여서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한진 등 여타 계열사로부터의 배당 극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FN가이드 (단위:배)
◇ “보유자산 가치, 시장예상보다 크다”

한진칼과 한진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현재 시장평가보다 훨씬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4배, 1.33배였지만, 지난해 3분기말 기준 0.78배, 0.89배로 낮아진 상태다. 한진의 경우 2015년이후 PBR이 1배를 넘은 적이 없다. 3분기말 기준 한진 PBR은 0.51배에 불과하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현재 주가가 보유한 순자산가치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한진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한진칼은 대한항공(1조450억원), 한진(767억원), 진에어(14억5300만원)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2925억원), 제동레저(266억원), 토파스여행정보(536억원), 한진관광(173억원), 정석기업(902억원), 와이키키리조트호텔(76억원) 등 총 1조6112억원을 출자한 상태다.

이중 장부가 15억원이 채 안되는 진에어(272450)의 경우 지분 60%(1800만주)의 현재가치(23일 종가·1만8450원)는 3321억원에 달한다. 현재 장부가의 228배가 넘는 셈이다.

KCGI는 ‘밸류한진’을 통해 만성적자를 기록중인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 리조트, 인수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 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해 투자 당위성을 원점 재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중 LA윌셔그랜드호텔은 대한항공이 세운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이 1조6000억원을 들여 2017년 6월 개관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HIC의 장부가를 7791억원으로 반영하고 있다.

KCGI는 또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 투자확대 지양 원칙 마련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유후부지(송현동, 율도) 매각 △항공우주사업부(민항기 정비부문, 자산 1조2000억원) 상장계획 수립 등을 제안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한항공, 한진칼 뿐 아니라 자산형 물류업체로 분류되는 한진은 터미널 부지, 택배터미널 등 보유한 자산 재평가시 가치가 올라간다”며 “현재 KCGI가 추구하는 비효율적인 자산매각,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은 크레딧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배당 확대 압력이 항공기 등 사업 관련 여타 투자를 억제할 정도로 커진다면 좋게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KCGI , 이번 주주총회 쟁점은?

KCGI는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등에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임원보수 한도 문제 등을 제기할 전망이다. 임원보수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시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부분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말 기준 한진칼로부터 16억2540만원을, 대한항공에서 20억7665만원의 보수를 각각 가져갔다. 이는 한진칼 전체 등기이사(7명) 보수총액(23억3281만원)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한진칼에서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이사는 조 회장뿐이다. 그외 3명 등기이사 보수는 평균 3억3356만원에 그친다.

현재 한진칼 등기이사는 7명으로 이중 석태수 사장과 조현덕·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감사 등 4명의 임기가 올 3월 17일 만료된다.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다만 한진칼이 차입금을 늘리며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만큼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 선임이 아닌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대한항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 회장은 임원 보수한도 총액(50억원)의 41.5%를 혼자 가져갔다. 대한항공의 등기이사는 9명이다.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은 등기이사지만, 석태수 부회장은 미등기이사이다. 이외 사외이사 5명, 부사장 2명이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이중 조양호 회장 임기가 오는 3월17일 만료된다. 김재일 사외이사도 올해 3월 임기만료다.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회장의 연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반대했지만, 이사연임 반대에 대해선 9명중 7명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해서 부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반대표를 낸 안건(424건)중 가장 많은 34%(144건)가 ‘이사보수한도’였다. 국민연금은 설령 보수한도가 예년과 동일하더라도 경영성과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반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한 424건중 2건을 제외한 422건이 경영진의 의사대로 가결된 바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탁자위에서 조 회장 등 총수일가 측 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주주권에 9명중 7명이 찬성한 만큼 한진그룹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행보에 달라지는 건 없다”며 “의결권 행사, 배당확대 압력, 자사주 매입 요구, 공개서한 발표, 이사후보 추천, 사외이사 추천, 위법행위 이사진 해임 청구 등 일반적인 주주권 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 한진칼 지분 7.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