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SRE 베스트리포트(가장 인상적인 연구보고서)를 묻는 질문에서 한기평의 ‘먹구름(재무구조) 짙은 하늘에 바람(지배구조 개편)이 분다’ 보고서는 28표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13표)와 채권매니저(12표)로부터 고르게 득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최주욱 평가4실 실장을 필두로 박광식 금융2실 실장, 배인해 평가4실 선임연구원 3명이 모여 작성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사드 이슈까지 터지면서 정기적으로 내던 그룹 분석 보고서를 심화해야겠다는 판단에 각 분야 전문가가 협업한 것이다.
보고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최주욱 실장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부분은 ‘부정적이다’라고 직관적으로 쓰려고 했다”며 “등급 방향성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밝힌 부분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보고서 내 적용된 ‘Q&A’ 방식에 대해 그는 “내외부에서 전달 받은 사항들을 풀어서 설명하는 식의 포맷을 강화하고 있다”며 “단순 외형 변화나 숫자 나열보다는 그룹 본질 문제, 크레딧 이슈를 정확하게 말하니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부문에서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사드였지만 최근 한·중 관계가 회복 급물살을 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 실장도 “보고서 발간 때보다 중국과 관계는 좋아진 것 같아 방향성 자체는 혼재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경쟁력이 낮아진 중국 사업의 반등과 사드 영향이 직접 미치지 않는 국내 사업 부진이 문제라는 판단이다. 그는 “중국은 시장 변화에 따른 자체 경쟁력이 열위한 상태로 사드 이슈가 당장 해소된다 하더라도 중국 사업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국내 백화점 실적 부진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로는 롯데쇼핑(023530)에 대한 고민이 깊다. 최 실장은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면서 투자가 계속 일어나야 하지만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투자 지출을 줄여 차입금 상환능력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올려야하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긍정적이다. 배 연구원은 “증설 연기 등으로 업황 사이클 하락 시기가 내년 이후로 순연되면서 예상보다 실적이 잘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업황이 안좋아지더라도 투자 부담은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단기간 기업공개(IPO)가 힘들 것으로 봤다. 최 실장은 “사드 이슈는 해소되더라도 구조적 경쟁 심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며 “이미 신용도 하향 조정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여서 조정 가능성도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경우 아직은 미완이지만 일단 신동빈 회장 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를 위한 절차다. 최 실장은 “2년 내 해소해야 하는 행위제한이 가장 급한 이슈”라며 “의미나 상징성이 큰 롯데물산·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 방법과 롯데쇼핑·호텔롯데 실적 회복 등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