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쇼핑몰에 옮겨온 플로리다 해변"..신세계 新성장동력, 미국서 확인해보니

UTC몰 전경. 20m 높이의 유리천장을 설계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이애미, 새러소타(미국 플로리다주)=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20m 높이의 유리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졌다. 고개를 드니 자연채광 사이로 파란 하늘과 조각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복도 사이에 자리잡은 10m 높이의 야자수가 어우러져 플로리다 특유의 해변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위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 기둥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매장 어느 곳에서나 시야가 확 트였다. 쇼핑몰에 들어왔다는 것을 잠시 잊고 스마트폰을 꺼내 주위 풍경을 담느라 바빴다. 지갑을 매만지며 쇼핑에 나선 건 한참 뒤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 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유니버시티 타운 센터(University Town Center, 이하 UTC)’에 대한 첫 느낌이다. 매장보다 해변을 형상화한 주위 환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쇼핑몰이 아닌 실내 공원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쇼핑몰이 아닌 휴식·체험·놀이 공간”..체류시간 늘려

UTC몰 전경.

UTC는 미국 터브먼사가 2014년 야심차게 오픈한 복합쇼핑몰이다. 매년 인구·소득 등이 급성장하는 새러소타 지역을 겨냥했다. 매장 절반이 UTC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매장일 정도로 차별화된 구성을 자랑한다.

이날 동행한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사 회장은 “고객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면서 “여기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각 쇼핑몰이 정체성을 지니도록 설계한다. UTC 역시 인근 플로리다 지역의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원칙은 UTC몰뿐만 아니라 ‘돌핀몰’(아울렛), ‘워터사이드 몰’(럭셔리몰) 등 다른 터브먼 몰에서도 유지된다.

사실 자연 채광을 매장 내부에 들이는 것은 쇼핑몰의 ‘금기’로 통한다. 고객이 창문으로 시간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매장을 빨리 떠난다는 오랜 연구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터브먼은 이 불문율을 깨고 자연채광을 매장에 적극적으로 들였다. 풍부한 자연광이 고객을 오히려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여겨서다.

그 결과 터브먼은 고객들의 쇼핑몰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워터사이드 몰의 평균 체류시간은 1시간30분이다. 미국 평균(45분)의 2배다. 늘어난 체류시간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 3월 각 사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터브먼 사의 1제곱피트 당 매출은 790달러로 경쟁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마세리치의 625달러를 크게 웃돈다.

영업면적 4만722㎡(1만2318평)에 125개 매장이 모인 거대한 몰이지만 동선은 단순했다. 터브먼 사는 메인 통로를 중심으로 양 끝에 주요 매장(미국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와 딜라즈(Dillard’s))을 배치해 방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줄였다. 또 시야를 가리는 기둥이 없어 현 위치를 금방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 터브먼+신세계..‘스타필드 하남’에 집약

국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복합쇼핑몰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물건만 싸게 팔아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소비자를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생각을 담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는 9월 경기도 하남에 오픈하는 ‘스타필드 하남’이다. 미국 쇼핑몰 사업을 주도해온 터브먼과 손을 잡았다. 66년간 복합쇼핑몰을 개발해온 터브먼사의 노하우와 70년간 한국 유통시장을 견인해온 신세계의 합작사업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원-데이(one-day)’ 쇼핑여행지를 표방한다. 일단 방문하면 하루종일 쇼핑부터 레저까지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백화점·대형마트·창고형 할인매장 등을 아우르는 쇼핑매장과 해외 유명 브랜드 쇼핑은 기본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풀을 연상케하는 ‘인피니티 풀’, 한강을 조망하는 가족 수영장, 최고급 스파 시설이 함께 문을 연다. 여기에 농구, 배구 등은 물론 실내외 암벽등반이 가능한 스포츠 공간도 마련했다.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터브먼이 지닌 서구식 디자인과 신세계의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전문성이 융합한 사례”라면서 “두 회사의 전문지식이 모여 전 연령대의 한국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UTC몰에 갖춰진 어린이 놀이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