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주현재(34)씨는 대학에 입학했던 20세부터 머리카락이 빠른 속도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머리에 남아 있는 털이 몇 가닥 없다. 머리카락이 없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늘 주눅이 든다. 남들 다하는 미팅이나 소개팅은 엄두도 못 낸다. 운동하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는 말에 좋아하는 농구도 관뒀다. 대학 졸업식에서 모자 위에 학사모를 쓰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젊을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피부과학회가 탈모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탈모로 인해 이성 교제·대인 관계 등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가 9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30대 76.6%, 40대 62.7%, 50대 61.2% 순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 탈모 환자 중에는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거나 이성 관계에 곤란을 겪다가 결혼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부 결혼 정보 업체에서는 탈모가 심하면 회원 가입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탈모 환자들은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도 많았다. 문제는 탈모 환자들이 급한 마음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다 돈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탈모 환자 중 19.7%는 고가의 샴푸, 두피 마사지 등 비의학적 치료에 5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잘못된 인터넷 정보를 근거로 머리에 참기름을 바르거나 숯가루를 바르다가 지루성 피부염(장기간 지속되는 습진)으로 탈모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광성 피부과학회 이사(인하대병원 피부과)는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30대의 경우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며 "탈모는 진행성 질환으로 적절한 시기에 의학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