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작년 8월 에어부산 조종사 1명을 뽑은 데 이어 최근에는 조종사 4명을 연이어 채용했다. 대한항공으로 옮긴 5명은 에어부산이 공들여 교육시킨 1기생 조종사 훈련병(전체 6명)의 대부분이다.
항공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조종사, 객실 승무원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탓에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들은 "대형사는 인력 빼가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 조종사 키우는데 약 2억..경력직 채용 잇따라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물론 저가항공사들까지 대거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작년 호황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릴 여력이 생겼기 때문. 때마침 신형 항공기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인력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형사, 저가항공사 할 것 없이 모두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항공업계 특성상 전문 인력을 양성할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조종사의 경우 1년 가까운 교육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조종사 1명을 키우는 데 드는 교육비용은 약 5000만원, 인건비는 약 1억3000여만원이 소요된다.
승무원 역시 마찬가지. 국제선의 경우 영어 등 외국어까지 가르쳐야 하는 탓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통상 승무원 교육기간은 6개월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는 물론이고 스튜어디스 양성에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면서 "예전에는 스튜어디스들이 객실에서 만난 승객과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둬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조종사 이직은 개인의 자유"
대한항공은 저가항공사의 `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조종사들이 소형 항공사에서 대형 항공사로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경력 관리라는 주장.
즉, 회사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로 이직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력 관리인데 이를 금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조종사의 전직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빼가기, 혹은 스카우트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회사측은 "조종사 채용 전형은 공개 채용 형태"라며 "대한항공이 인력을 빼가는 모습으로 비쳐지는데 전형 지원을 유도하거나 입사를 보장하는 등의 스카우트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 항공업계 후발주자, `인력 보호` 또 다른 숙제될 듯
유가 급등에다 일본 대지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저가항공사들은 `자사 인력 보호`라는 숙제마저 안게 됐다.
사실 경력직 채용 붐은 국내 대형 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UAE 등에서 고액 연봉을 약속하며 국내 조종사를 채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 조종사, 승무원은 대형사 연봉의 약 80%를 지급받는다. 조종사, 승무원은 다른 업종에 비해 처우가 좋은 편이지만 더 나은 조건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앞으로도 반복되는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 근무 경험 우대` 조건으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경력직 채용 문제는 대형 항공사, 저가항공사를 떠나 각 회사간 갈등 요인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인력 보호는 후발주자들이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이라며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애사심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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