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토지공사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택지비 비중이 고작 29%라고 발표했습니다. 택지비가 올라 분양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요. 이에 대해 주택업체들은 택지비가 분양가 상승의 한 요인임은 명백하다고 말합니다. 건교부에 출입하는 남창균 기자는 고분양가 문제는 토지공사와 주택업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토지공사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땅값 비중이 29%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누가 고분양가의 주범인지를 놓고 토공과 주택업체간의 공방이 치열합니다.
토지공사는 지난 1일 수도권 8개 택지지구의 택지비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토지공사는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공개이유를 친절히 밝혔습니다.
토지공사는 수도권 택지지구의 경우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땅값 비중이 29%(지방은 15%)에 불과하고 최근 5년간 땅값은 평당 20만원 오른 반면 분양가는 평당 200만원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고분양가의 원인은 땅값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업체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 주택업체는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은 택지비와 건축비, 부대비용, 이윤 등이라며 택지비가 29%라고 해서 주택업체가 이득을 많이 챙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실제 토지공사가 밝힌 분양가에서 택지비를 제외한 차액(건축비, 부대비용, 이윤)을 보면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판교보다 높은 곳은 동탄(평당 587만원)과 풍산(평당 796만원) 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가격 통제를 받은 판교의 경우 건축비(평당 339만원)와 부대비용 및 이윤(평당 205만원)이 평당 544만원입니다. 이에 반해 남양주 평내는 평당 388만원, 용인 신봉은 평당 409만원, 용인 죽전은 평당 470만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동탄과 풍산을 제외하고는 주택업체들이 터무니없이 고분양가를 책정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토지공사와 주택업체 모두 고분양가 문제에서 면죄부를 받았을까요. 토지공사 택지비의 경우 2004년 이전만 해도 평당 200만원을 넘는 곳이 없었지만 최근 공급한 풍산과 판교는 각각 평당 434만원, 평당 614만원으로 껑충 올랐습니다. 물론 땅값 상승이 주된 이유지만 불합리한 보상체계를 방치해 왔고 조성원가 절감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정부와 토지공사가 최근 보상체계 합리화(감정가 차이 110% 넘을 때 재감정), 공급가격 인하(조성원가 110%로 공급) 등의 보완책을 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주택업체도 합리적인 기준 없이 주변 집값 수준에서 분양가를 매겨왔습니다. 한 전문가는 "주택업체들이 분양시장 호황을 틈타 주변 집값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왔다"며 "최근 3-4년 동안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와 주변시세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건교부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판교 분양가는 평당 1158만원이 아닌 1600만원선이 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부는 고분양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 건축비를 통제하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했으며 올해부터는 전국 모든 공공택지에 확대 시행 중입니다. 또 지자체에 분양가검증위원회를 둬 분양가 적정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공급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아파트는 여전히 통제권 밖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분양가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사화산'이 아니라 '휴화산'인 셈이죠.
따라서 정부는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주택업체도 분양원가 공개의 불똥을 피하려면 이제라도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매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