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CJ ENM 강호성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모두가 살 길”

노재웅 기자I 2021.05.31 13:41:03

IPTV 업계와의 수신료 논란 대한 입장 밝혀
“콘텐츠는 글로벌 수준인데..유통구조는 아직”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 구체적 계획은 연내 공유

강호성 CJ ENM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열린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강호성 CJ ENM 대표가 취임 첫 공식 석상에서 최근 IPTV 사업자들과 빚고 있는 프로그램 수신료 갈등에 대해 강한 어조로 일침을 날렸다. 강 대표는 콘텐츠의 선진화에 걸맞게 시장의 유통, 분배 구조가 선진화되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사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대표는 아울러 영화, 예능, 드라마 등으로 세분화한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의 청사진을 연내 공개할 계획을 밝히는 한편, 네이버와 넷플릭스 등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시너지를 증폭해 콘텐츠 차별화에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열린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Q&A 세션 전문이다. 이날 질의응답 세션에는 강 대표를 비롯해 임상엽 CJ ENM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양지을,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IPTV만 수신료 제공에 인색”

△지금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PPL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 높은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CJ ENM의 입장은.

-강호성 대표) 시장에서 수신료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다. 글로벌 시대가 왔다. 글로벌 시대가 온 것은 우리 인프라나 유통, 수익 구조가 선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K콘텐츠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대칭이 발생했다. 콘텐츠는 글로벌화 되어 인정받고 있는데, 유통 시장 구조는 아직 국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대로 올라오지 못한 상태에서 콘텐츠만 글로벌 수준에 올라간 것. 외국 OTT가 한국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시장이 콘텐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분배구조에는 관심이 없다면 글로벌 메이저 사업자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없다. 이제는 우리 콘텐츠의 우수성만큼이나 유통, 분배구조에 관한 선진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로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을 수신료로 받는다. 미국의 경우 100% 이상을 받는다. 심지어 120%도. 미국은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서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하다. 콘텐츠를 제작해도 기본 수신료가 3분의 1이기 때문에 나머지 3분의 2를 부가수익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부가수익인 협찬에 의존하는, 아주 문제 있는 상태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가 살자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 K콘텐츠와 우리 IP를 지키는 일이다. 전향적인 구조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에게 다 죽을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자에게 가면 100~120%를 받는다. 문제는 IP를 다 줘야 한다. 즉 하도급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콘텐츠 시장의 힘을 지키기 위해선 유통, 분배 구조가 더 선진화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가야 한다. 우리 콘텐츠 시장 전체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시장으로 변모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사정이 힘든 SO도 있다. 프로그램 수신료를 높이면 힘들어질 SO와 통신료 인상 우려에 대한 입장은.

-강호성 대표) 수신료와 관련된 대표 플랫폼은 SO와 IPTV다. SO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영세 SO도 상당 부분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내놓고 있다. 그런데 시장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 IPTV는 인색하다. 영세 SO도 전향적인데 IPTV는 그렇지 못하다. 통신료와 여러 가지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시는데 결국 조정의 문제다. 어느 산업을 살리고 죽이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성장하기 위한 문제다. 결국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빨리 매듭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공급 후계약 문제에 대한 생각은

-강호성 대표) 선공급 후계약 문제 제기한 바 있다. 예를 들어서 2021년 콘텐츠를 제작해서 플랫폼사에 제공한다. 2021년도에 방영되면 저희는 우리 콘텐츠 제작을 어느 정도 비용을 들여서 할지 예상을 가지고 해야 한다. 지금 구조는 2021년 제공한 것의 대가를 2020년에 판단하지 않고 2021년 말이 되어서야 금액이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 제작자들은 얼마를 투자해야 할지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다. 연말에 가서 투자해서 다 공급한 다음에, 나중에 대가를 지급받을 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받지 못하면 어렵다. 처음부터 이런 구조는 아니었다. 종편이 들어서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이후 한 번 생긴 관행이 지금까지 지속됐다. 콘텐츠 투자할 땐 어느 정도 회수될 수 있는 지 예측 가능해야 산업이다. 글로벌로 나가는 K콘텐츠인데, 수익이 어느 정도 날지 예측할 수 없다면 산업이 아니다. 이 부분이 콘텐츠 시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다. 선계약 후공급 조속히 이뤄져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예측가능항 상황에서 제작하고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CJ ENM이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도 성과 낼 수 있었던 요인은.

-강호성 대표) 1분기 좋은 실적을 냈다. 그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광고시장이 회복된 측면이 있다. 그걸로만 설명하긴 부족하다. 1분기 배출했던 콘텐츠 라인업이 흥행에 매우 성공했고, 그로 인해 광고 회복을 넘어선 실적을 냈다. 유통에서도 콘텐츠 사용료가 많이 증가했다. 음악도 아이돌 흥행 호조가 있어 작년 대비 상당한 규모로 증가했다. 그 외에도 티빙이 올 들어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1분기 좋은 실적을 견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멀티 스튜디오 관련해서 이야기했다. 정확한 역할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강호성 대표) CJ ENM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제작 역량의 차별화다. 앞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육성할 대목이고, 따라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하기 위한 여러 생각 중 일환이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해야 효율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포맷와 장르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예능, 영화,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아우르면서 한편 트랜스미디어 등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다. 다만 멀티 스튜디오 구조와 콘텐츠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다. 아직 내용을 말씀드리기 이르다. 올해 안으로는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하루에 4개 콘텐츠 공급…투자액 더 늘 수도

△CJ ENM이 밝힌 5년간 5조원 투자의 구체적 청사진과 이 투자에는 티빙이 포함된 계획인지.

-강호성 대표) 이제까지 콘텐츠 투자는 매년 지속해서 증가했는데, 그동안 투자에 대한 성장률을 앞으로 5년에 대입시켜보면 5년간 5조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무리한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해온 것에 비춰서 늘리겠다는 것이다.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로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정했다.

-임상엽 COO) 올해는 8000억원이다. 8000억원이면 콘텐츠로 보면 2000개 작품이다. 하루에 4개 콘텐츠가 선보여지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드라마 쪽이이고, 나머지 예능, 영화 등 투자가 된다. 티빙도 포함돼있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OTT 사업자와 협상 및 제휴를 통해서 공동제작 등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계획이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비교한 티빙의 강점은 무엇인지. 중국 OTT와의 협력 계획은.

-이명한 대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 사업자와 비교해 시장에서 인정된 강점은 아직 없다. 다만 그렇게 하겠다는 전략과 비전이라고 생각해달라. 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글로벌이 아닌 국내 OTT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포지셔닝 하려면 제 생각에는 K콘텐츠 맛집이라는 포지션이 없으면 쉽지 않다. 그러면 K콘텐츠 맛집이 되려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은 저희가 아닐까. 저희는 JTBC 스튜디오, CJ ENM 내부 역량과 스튜디오 드래곤 등 한국 대중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제작 집단이 공고하다. OTT 플랫폼과 티비 시장이 같은 결을 가진 지형은 아니다. 그래도 경험이 있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IP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또 하나는 다른 플랫폼 대비 실시간 스트리밍 강점을 오래 전부터 제공했다. 결국 K콘텐츠 맛집과 연결된 것인데, OTT와 티비 플랫폼이 다른듯 하지만 콘텐츠라는 큰 판에서 교집합이 있다. 아까 말씀드린 부가 콘텐츠로 차별화된 재미를 지속해서 제공할 것이다. 해외 사업자들의 제작 부분의 자율성 역시, 현재 저희 CJ ENM 내부에 탑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있는 이유 자체가 답이 될 것 같다. 산업적으로도 전문 스튜디오를 처음 세팅한 주체가 CJ ENM이다. 앞으로도 그런 형태로 발전하면서 창작자들에게 활력을 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사 대비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지을 대표) 중국 OTT의 협력은, 현재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누구와 한다는 답변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 포커스는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 병행이 계획이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미뤄 짐작 가능하실 것이다.

△티빙의 글로벌 시장 안착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동아시아, 동남아 콘텐츠를 수급해서 국제적 OTT로 키울 생각도 있는지.

-양지을 대표) 전략뿐 아니라 구체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해외 유수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과 논의 중이다.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에 나갈 것이냐. K콘텐츠가 메인 스트림에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해외 업체들의 러브콜도 집중돼있다. 우선 K콘텐츠를 가지고 해외 진출을 논의 중이고, 현지에 안착하게 된다면 이후 혹은 동시에 CJ ENM과 티빙이 가진 IP를 가지고 로컬라이즈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계획도 가능할 것이다.

-강호성 대표) 문화산업에서 글로벌화는 상당히 정서적인 문제다.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우리의 비전으로 삼아서 네트워크와 제작 기지를 오래 투자해왔다. 뭘 얻느냐는 수익보단 정서를 파악했다. 누구와 협업해야 하는지 감을 익혔다. 글로벌화에 있어서만큼은 초격차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연락이 오고 K콘텐츠의 핵심 전진기지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갑자기 시작이 아니다. 이제까지 충분히 준비해왔고,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네이버와 협업한 ‘유미의 세포들’ 하반기 최고 기대작

△네이버 확보 중인 IP를 활용한 계획은. CJ ENM과 넷플릭스의 협업 및 제휴 관계에 있어서 티빙의 포지션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이명한 대표) 가장 기대하는 IP는 유미의 세포들이다. 굉장히 인기 있는 네이버 웹툰이다. 티빙에서 왜 기대를 하냐면,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IP를 만들기 위한 목표에 부합한다. 웹툰 기반 시리즈화할 수 있는 준비가 가능하다.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 중 네이버와 협업한 케이스 될 것이며, 최고 기대작이다.

-강호성 대표) 넷플릭스뿐 아니라 저희에게 관심주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요청이 있다. 티빙이 새로운 시대의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저희 발상은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 제작한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는 창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티빙은 스튜디오 역량을 통해서, 스튜디오는 티빙을 통해서 역량이 강화되는 선순환 시너지를 노린다. 콘텐츠는 티빙에 맞는 것이 있고, 글로벌에 맞는 것이 있다. 티빙이 성장함에 따라, 티빙이 흡수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콘텐츠가 흘러가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양지을 대표) OTT는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형태로, 한 고객이 복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특수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평균 1.5개 이상 사용한다. 다양한 OTT가 차별적인 포지셔닝으로 고객 소고한다. 티빙 전략도 마찬가지다. K콘텐츠 안에는 수많은 장르 주제가 있을 텐데 티빙이 해외 사업으로 커지면서, 티빙만이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을 선별해서 제공할 것이다. 넷플릭스와 CJ ENM 차원에서 협력이 진행되겠지만, 티빙과는 다른 포지션이 될 것이다.

-강호성 대표) 양 대표의 말대로 하나의 OTT 보는 시대는 지났다. 결국 OTT가 플랫폼의 대세가 되면 여러 가지 OTT 보는 시장이 되기 때문에 양립이 가능하다. 충돌이 올 수도 있다. 결국 CJ ENM에서 주도적으로 개편할 것이다. 티빙을 슬기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관계를 통해서 지 장받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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