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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최근 처한 상황은 말그대로 ‘위기’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비롯한 인사실패와 북한의 연이인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외교안보상 악재로 지지율은 60%대로 떨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 역시 야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여소야대 지형의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장악력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북핵외교의 분수령이 될 뉴욕방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절실하다. 이를 토대로 야당의 초당적 협조와 지원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文대통령, 트럼프 요청으로 25분 통화…북핵해법 한미공조 재확인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를 재확인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벌써 5번째다. 지난 4일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따른 전화통화에서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해제를 전격 합의한 데 이어 13일 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뉴욕방문을 앞두고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한미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 만장일치 채택에도 아랑곳없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규탄했다. 특히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더 강화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받게 돼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임을 깨닫도록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해나가자”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연합방위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미사일 지침 개정과 첨단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한미 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간 돈독한 유대을 재확인한 것. 특히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 전술핵 재배치, 대북 인도적 지원, 군사적 옵션 사용 여부 등 그동안 한미간 다소 있었있었던 불협화음은 전혀 없었다.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 기조를 강조한 것이다.
◇文대통령, 유엔 다자외교무대 본격 데뷔…대법원장 인준 호소하며 협치 구애
문 대통령의 뉴욕방문 하이라이트는 오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다. ‘유엔’이라는 다자외교무대에서 국제사회 최대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 당사국 정상으로서의 입장을 밝히는 것. 특히 지난 7월 독일방문에서 천명한 베를린구상보다 업그레이된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기존 대북구상은 대화와 제재 투트랙 기조를 강조한 가운데 대화와 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을 향해 도발해 올 경우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핵외교의 핵심은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와 만난 데 이어 두 달여 만에 3국 정상과 자리를 함께 한다.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제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보다 강력한 수준의 체재와 압력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의 뉴욕방문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아울러 평창 동계올릭픽의 성공적 개최를 홍보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적 스포츠 행사의 성공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평화올림픽 구상의 원칙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17일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통해 사법부 수장 공백 방지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며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안보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