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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정치나 종교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게 미덕이다. 그러나 뉴욕에서 만난 다니엘 우드(29)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75) 상원의원 얘기를 먼저 꺼냈다.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 주(州)에서 힐러리 클린턴(69) 전(前) 국무장관에 근소한 차이로 패했지만 뉴햄프셔 주에서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선 경선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 주(州)에서 민주·공화 양당 아웃사이더 돌풍의 주역인 샌더스(버몬트) 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이오와와 달리 뉴햄프셔는 애초부터 두 사람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미국 대선판도가 또다시 요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샌더스, 고희에도 변화 외치며 젊은층 아우려
샌더스 의원 지지층도 결집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대학과 7뉴스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에서 6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2%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과 비교하면 무려 29%포인트 앞선다.
사실 샌더스 의원은 별로 잃을 게 없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영부인과 국무장관 등 주요 요직을 거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반면 75세의 백발인 샌더스 의원은 인구 62만명에 불과한 작은 버몬트주 상원으로 민주당 여러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 샌더스 의원을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다.
하지만 그는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당원대회)에서 49.6%을 득표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9.8%를 얻어 승리한 클린턴 전 장관과의 표차가 고작 0.2%포인트다. 선거후 샌더스 의원이 “사실상 동률”이라고 주장할 만한 성과인 셈이다.
샌더스 의원은 고희(古稀)를 넘었지만 젊은 미국인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다.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7~29세의 젊은 민주당 유권자표 84%를 싹쓸이하듯 가져갔다. “미국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다(Enough is enough)”라는 샌더스 의원 구호에 미국 젊은이들은 ‘샌더스! 샌더스!’라고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아이오와에 이어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 지역구인 버몬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다. 샌더스 의원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트럼프, 아이오와 충격적 패배후 권토중래 노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도 뉴햄프셔에서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던 트럼프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46) 상원의원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절치부심 중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도는 올라가는 분위기다. 매사추세츠대학과 7뉴스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도는 38%로 크루즈 의원(14%)을 24%포인트 앞서 있다. 크루즈 의원이 아이오와에서 28%의 득표율을 기록해 트럼프(24%)를 4% 포인트로 앞지른 것과는 차이가 크다.
특히 뉴햄프셔는 코커스가 아닌 ‘프라이머리’(Primary:예비경선) 방식으로 이뤄진다. 프라이머리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경선 방식이다. 아무래도 여론에 더 영향을 받는다.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대중 여론전에 강한 트럼프가 조금 더 유리한 구조다.
만약 샌더스 의원과 트럼프가 아이오와 패배를 설욕하고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미국 대선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안갯속’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오는 9일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