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대)경기불안 만연..부양책도 나왔건만

양이랑 기자I 2008.10.21 17:11:28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미국 경제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경기후퇴(recession)를 지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벤 S.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차 경기부양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불안에 빠진 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한 `립 서비스`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었고, 뉴욕 증시는 상승했다.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버냉키 의장은 "의회는 소비자를 비롯해 주택매입자, 기업, 기타 대출자들이 금융권의 신용(대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부양안의 규모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1500억달러에서 많게는 3000억달러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2월 1차 경기부양안의 2배에 달한다.

민주당은 식품권(food stamp; 저소득층 가구에 음식을 살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 주는 프로그램)과 실업수당 지급 확대 등 직접 자금 지원을, 공화당은 세제 혜택을 통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지출에 대한 부담도 그렇지만, 지금이 과연 경기부양안을 내놓기 적절한 시점인가, 그래서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지난 1차 경기부양안이 시행됐을 때에도 소비 확대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이었다.

락쉬먼 아큐탄 경기사이클연구소(ECRI) 매니징 디렉터는 "경기부양안은 경기후퇴와 회복의 전환점에서 나오는 것이 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가 회복 시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위기는 실물 경제에 까지 속속 밀려들고 있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실적은 아직까지는 기대치 수준에서 맴돌고 있지만, 4분기 전망은 불안하기만 하다. 기업 해고가 본격화될 경우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생산이 위축되면서 디플레 공포는 더욱 정점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미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예고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전히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컬럼비아대학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의 경기후퇴는 18~24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후퇴는 추악하게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일 장 마감후 휴대폰칩 제조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하며 시장 전문치를 하회했고, 미 최대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순이익도 24% 줄어들었다. 다음 위기는 신용카드 부문에서 터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아멕스의 실적 둔화는 예사롭지가 않다.

21일에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은 주당 1.11달러, 야후는 주당 9센트의 순이익을 발표할 전망이다. 야후의 경우 지난해 11센트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M(주당 순이익 1.37달러), 화이자(60센트), 캐터필라(1.41달러), 듀폰(52센트) 등도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경기후퇴나 디플레이션을 진단하기 위한 가늠자로서의 기업 실적은 꼼꼼하게 체크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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