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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 리포트)우리가 먼저 중동에 투자하자

정태선 기자I 2005.11.29 17:45:43
[리야드=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불과 몇년전 유가하락과 정세 불안으로 우리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갔던 중동지역이 치솟는 유가 덕을 톡톡히 보면서 여기저기 제2의 건설붐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근로자들이 땡볕, 거친 모래바람과 싸우며 오일달러를 벌어들였던 30년전과 사뭇 달라보입니다. 이들도 변하고 우리도 많이 변한 듯합니다. 중동지역을 취재중인 경제부 정태선 기자가 변화의 바람을 전합니다.  

"우리나라가 중동지역처럼 자원 부국이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에 투자하고 인적자원을 길러서 이 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중동지역 `세일외교`에 열심인 이해찬 총리가 방문하는 국가마다 자랑스럽게 하는 말입니다.

UAE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들 모두가 맞짱구를 칩니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발전모델과 교육 IT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비석유분야에도 교류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합니다.  

값싼 인건비로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가면서 오일달러를 벌어들였던 70년대와는 달리, 한국에 대한 중동지역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한 듯합니다. `전자·IT 강국 코리아`라는 이미지가 차츰 이들에게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사바 쿠웨이트 총리는 당뇨병 연구를 공동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 바이오분야에 대한 우리의 실력을 인정해줬습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투자처에 대해서도 흥미를 보이기도 하고, 돈을 댈테니 한국은 기술을 대서 제3국에 투자하자는 제안을 먼저하기도 합니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입니다. 지난 80년 최규하 대통령은 최고위급으로는 처음으로 중동을 방문했지만 외교가에서는 그때 방문을 `에너지 구걸외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1년 중동을 방문한 이한동 총리는 외환위기 이후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기업들을 잘 봐달라고 했다합니다.   

그동안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은 아쉬운 소리 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이 총리와 민간경제인들의 중동지역 순방은 `주고받기를 하자`는 대등한 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우리의 실력 향상때문만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사람에 투자해야만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중동국가 지도자들의 위기인식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석유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석유화학 분야를 키워놓자는 의지도 바탕이 되어있습니다. 대형 담수화 시설을 갖추거나 플랜트나 건설은 물론 금융 IT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는 이유죠.

3년전만해도 20달러선을 맴돌았던 유가가 60달러선을 넘보는 선까지 치솟은 덕분입니다. 한마디로 중동지역은 오일달러로 잔치집 분위깁니다.

UAE(2214억달러), 사우디(1461억달러), 카타르(1026억달러) 등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국과 이란, 이라크에서 앞으로 5년간 총 6964억달러 규모의 개발사업을 추진된다고 합니다.

700m가 넘는 초고등 빌딩을 세우는가 하면 바다 위에 인공섬을 몇개씩 만들어 분양을 한다는 엽기적인 아이디어까지 실행해 옮기고 있습니다.

`팔게 많은 한국, 살 돈이 많은 중동` 딱 맞아떨어지는 궁합입니다. 그래서 중동지역 수교이래 최대규모로 민간경제인과 정부가 한꺼번에 나서서 세일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은 중동지역에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올린 반면, 중동인들은 소프트웨어를 보강하려는 자세라, 초점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산업보다 상업에 전통적으로 강한 중동인들은 지식을 교류하고, 새로운 투자처나 금융정보에 메말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순방기간중 개최한 한국투자설명회에서 보듯 우리는 아직도 `개미같이 일하고, 물건을 수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했을 뿐입니다.

일본은 확실히 우리와는 다릅니다. 권력기반을 잡고 있는 핵심 중동 왕족 뿐 아니라 중하위급 젊은 공무원들까지 일찍부터 일본으로 불러들여 인맥관리를 했다고 합니다. 쿠웨이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우리 선수가 일등을 했는데도 쿠웨이트 주요신문에는 이등인 일본 선수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일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선 친숙한 대상이 됐다는 얘깁니다.
반면 우리는 대형 프로젝트에 원청업체로 참여하지 못하고 하청을 얻어내는 위치에 그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 자격조차 얻지못하는 것은 이렇게 장기적인 투자·관리를 하지 않은 탓입니다.

우리는 중동 오일달러에 욕심을 낸다면 지금이라도 이런 `보이지 않는` 선투자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중동지역에서 아무리 오일달러가 넘쳐난다고 해도 이런 `보이지않는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하이엔드 시장을 넘보는 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일회성 세일외교가 아니라 중동과 우리간에 문화교류, 기술교류, 인적교류가 확대되도록 한국 인프라를 갖추는 투자외교가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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