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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반성문 쓴 신영證 "반도체·전기차서 中기업 약진 간과"

이용성 기자I 2024.12.30 14:35:15

''밸류업''에는 韓 증시 누적 문제 간과해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올해 메모리반도체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을 간과한 것을 가장 큰 실수로 꼽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일 ‘2024년 나의 실수’ 보고서에서 “올해 가장 큰 실수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이라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2022년부터 리서치센터 전체가 반성문을 작성해 온 바 있다.

김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놀랍다”며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과 독일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구조조정은 중국 차의 부상에 대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은 꼭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범용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던 대중 규제가 중국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엔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그 시효가 거의 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기술 혁신뿐 아니라 덤핑 공세로도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김 센터장은 판단했다. 게다가 트럼프의 관세 부과 협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듯한 위안화 약세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성장으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제조업 강국 한국 경제가 두드러진 타격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1%대의 성장이 노멀이 되는 저성장 시대의 입구에 서 있고, 우리는 중국 포비아(공포증)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제대로 밸류에이션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도 싼 종목들이 적지 않아 보여 2025년 시장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지만, 차이나 트랩(China trap)은 잘 피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박소연 신영증권 주식전략·자산배분 담당 연구원은 올해 간과한 실수로 국내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짚었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중복 상장되어 있다는 점 △신생 자회사를 모회사가 지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점 △배당보다는 유보와 재투자를 선호하는 점 등 국내 기업들이 쌓아온 누적된 문제들을 몇 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해결될 리 없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에 대해서 “자생적 시장환경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적 동력만으로 결과를 내긴 어렵다”며 “켜켜이 누적된 문제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는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를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익숙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바이오 등 섹터 투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봤지만, 막상 당선된 이후 투심이 혼란스러워하는 양상을 보이며 급격히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헬스케어의 핵심 정책들이 양당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가 됐고,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과 매크로 환경 개선의 지연을 버텨내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던 것이 투심악화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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