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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동성애 단체들 반발에 설 땅 없는 `性다양성 교육`

손의연 기자I 2019.08.19 11:47:27

反동성애단체, 연세대 젠더관련 강좌 철회 주장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강좌도 중단 요구해
지자체 성평등 조례 제정 못하도록 압력도 가해
"성평등 교육 위축 우려"…일부 "속도조절" 주장도

연세대를사랑하는국민모임 등이 13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젠더 인권교육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최근 일부 보수 시민단체들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평등 교육에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사회적 의미의 성(性)인 젠더 이슈 등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성애 반대단체가 성평등 교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일부 단체 압력이 성평등 교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성평등 문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덜 된 측면이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단체 잇단 공격 받은 연세대와 청소년성문화센터

지난 13일 연세대를사랑하는국민모임 등 보수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이 학교가 1학점짜리 교양필수로 개설하기로 한 `인권과 연대정신` 강의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강의가 인권과 젠더라는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모임 관계자는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의 성인 젠더 교육이 대학 강좌에 들어가는 데 큰 우려를 느낀다”며 “학교는 젠더 인권교육 필수과목 지정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과 ‘양성평등’이 같다고 하는데 이는 페미니스트와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입장일 뿐 헌법의 양성 결혼제도를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과 배치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반 동성애 단체들이 청소년 성교육 기관에도 같은 문제제기를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서울시 위탁운영기관인 서울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에 청소년을 대상 성평등 교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은 지난달 서울드림청소년성문화센터 소속 강사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성별엔 남·녀 외 다른 성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강의한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센터를 조사해 위탁운영기관 지정을 취소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사회적 성인 젠더에는 성소수자 외 소아성애, 시체성애, 일부다처제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 동성애 반대 자유를 박탈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이를 인정하면 부적절한 성행위를 옹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젠더 교육이 계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성평등 교육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센터 관계자는 “성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매뉴얼이나 교재, 영상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지침대로 한 교육이며 내용에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조례 제정에도 딴죽…성평등 교육 위축 우려

반(反) 동성애 단체들이 일선 교육기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관련 조례 제정에까지 압력을 가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 성평등 감수성을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과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16일 통과시킨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에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문제삼으며 조례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란영 서울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반 동성애 단체의 행동이 성평등·성인지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학생과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며 “젠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소수자 인권문제 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성평등과 성인지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아직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젠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성평등과 성인지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성평등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특히 성소수자 인권 관련 교육은 필요하지만 반대쪽 목소리를 고려해 적절한 선에서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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