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행동 규칙(COC) 초안에 합의했다.
2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는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COC 초안이 마련됐고 양측이 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할 능력이 있고 협상을 통해 함께 지켜갈 지역 규칙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외무장관 역시 중국과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양측이 향후 교섭 대상인 COC 핵심 내용에 관해 타결을 지었다고 밝혔다. 발라크리슈난 외무장관은 COC 단일안이 앞으로 남중국해와 관련된 협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초안을 계속 보완하고 개선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초안은 지난 6월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고위급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초안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민감한 사안이라 언급을 피했다. 다만 초안에는 △해양안전 △항행의 자유 △상공비행의 자유 확보를 위한 상호신뢰와 협력의 촉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환경조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OC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영토 욕심을 제지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론도 나온다.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법적 구속력에 대한 언급 역시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분쟁 해결의 원칙을 담은 ‘행동선언’(DOC)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문서는 선언에 불과하고 강제 규정이 없어 갈등을 조정할 만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2013년부터 중국과 아세안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행동준칙을 만드는 작업을 해 왔고 2017년 8월 조문 작성 작업이 시작댔다. 이번에 합의된 초안은 최종 합의안 작성의 뼈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초 목표대로 법적 구속력을 담을 수 있을진 의문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 기지화 등 영유권 강화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산재한 섬과 암초를 매립한 후 군사시설을 세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