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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런 패션' 뗀 제일모직, 주가 상승할까

하지나 기자I 2013.09.23 15:27:38

수익률 저조, 시너지효과 미미..전자재료사업 선택·집중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제일모직(001300)이 패션사업부문을 1조500억원에 에버랜드에 매각한다는 소식에 증권가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이다. 실적이 부진한 패션사업을 떼어내면서 오히려 제일모직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제일모직은 장중 6% 넘게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 제일모직의 전자재료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88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한 반면 패션사업부문은 14%에 그쳤다. 제일모직이 1970년 패션사업에 진출한 이후 사업 강화를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직접 나섰지만 소비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재료 부문은 그룹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경쟁력 강화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창사이래 가장 큰 규모인 1731억원을 투자해 독일의 OLED 재료업체인 노바엘이디(NOVALED)를 인수하는 등 전자재료 부문의 투자는 더욱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전자재료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1% 가량으로, 전자재료 사업 강화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3분기 케미컬과 전자재료 호조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0% 늘어난 87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 동력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그동안 8만~9만원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나타냈다. 패션사업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실적이 저조했던 패션부문이 분사된건 오히려 제일모직 입장에서 긍정적”이라며 “삼성이 OLED 사업으로 방향을 잡았고, 장기적으로 봤을때 소재사업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패션과 전자재료사업간의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도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패션사업과 전자재료사업은 경영상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자재료사업에 집중하는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버랜드가 성장성이 낮은 패션사업을 1조원에 인수했다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의 순이익은 667억원으로, 자기자본수익비율(ROE)는 6% 가량에 불과해 사실 에버랜드 주주로서는 손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번 인수를 두고 3세 계열분리 작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 분리 매각으로 제일모직도 이재용 부사장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 IT 전자 사업 부문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레저·유통, 패션을 나눠가지는 그림이 보다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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