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9년 1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4조원이며, 가입자수는 248만 여명으로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22.59%가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비용절감 차원과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퇴직보험 및 신탁이 2011년부터는 추가불입이 불가능하며, 법 개정 시 중간정산제도가 없어지게 되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어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물려 중간정산을 통해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해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 대한 상담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퇴직연금제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근로자 입장에서 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퇴직연금제도, 왜 필요한가?
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보장 구조다. 우리나라는 2005년 12월 이전까지는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2층 구조였지만,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진국형인 3층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1층 구조인 국민연금은 매월 등급에 따라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 사회보험이다.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으로 확정된 연금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재정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기대는 낮아진 상황이다.
2층 구조가 바로 퇴직연금에 해당이 된다. 퇴직연금 또한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적 연금의 일종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퇴직금을 매월 예금 및 간접투자상품인 주식 등에 투자해 정한 기간 동안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3층 구조인 개인연금은 사적 연금의 일종으로 민간 금융기관에 가입하고 민간에서 운영해 그 운용 수익을 연금개시 수령일인 5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다.
2005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7.9세이지만 2050년에는 83.3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여성 1인당 1.08명의 출산율로 세계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노후세대를 부양해야 할 젊은 층들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국민연금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노후생활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한국상공회의소의 설문에 45%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할 정도로 노후자금 문제는 큰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2004년 기준 44.3%로 OECD 30개국 중 28위로 국민연금이 노후대비 수단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이처럼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노후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재직기간 중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여 근로자가 퇴직 시 일시금 혹은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 확정급여형 Vs. 확정기여형 어떤 것이 유리할까?
퇴직연금은 사전에 확정된 수익률로 연금을 지급하는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과 운용수익에 따라 지급받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그리고 개인퇴직계좌(IRA)로 구분된다.
통상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크면 DB형이,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작으면 DC형이 유리하다. DB형과 DC형은 10년 이상 가입 후 55세 이상 퇴직연금 수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유형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DB형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퇴직금을 약속한 후 기업이 운용하고 책임을 지는 제도로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며, 회사가 퇴직금의 60% 이상을 금융기관에 적립하도록 하고 있어 회사가 부도가 나도 근로자는 최소한 60%의 퇴직금은 보장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DB형의 경우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직 시 급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장인들에게 유리하다. 근무연수가 많이 남은 젊은 계층이나 연공서열 중심의 급여체계를 갖춘 공기업•대기업 직원에게는 DB형이 적합하다.
반면 DC형은 1년에 한 번씩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아 이 금액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근로자가 직접 선택한다. 발생되는 적립 퇴직금의 100%를 사외에서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없으며, 근로자의 추가불입금에 대해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 한도 이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DC형의 경우 성과급 중심의 근로자나 직장 이동이 잦거나 퇴직금 지급 능력이 다소 낮은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유리하다.
◆퇴직연금 도입 시 장단점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함으로써 안전하게 퇴직금을 보장 받을 수가 있으며, 이를 활용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노후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혜택이 많이 있다. 우선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퇴직급여 충당금을 사외에 적립할 경우 해당 비용을 전액 손비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회사의 퇴직급여충당부채가 빠지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퇴직금을 일시에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미리 줄일 수 있다.
◆퇴직자,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에 투자하라!
특히 월 급여처럼 고정수입이 없어진 경우 퇴직금으로 노후생활을 하고, 상황에 따라 목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리스크가 큰 투자보다는 환금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안정성과 서비스를 보고 결정해야!
퇴직연금에 가입하다 보면 복수의 사업자중에서 근로자가 선택해야 하며, 어떤 사업자를 고르느냐가 성공적인 퇴직연금투자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제안서를 보면 모두 다 ‘우리회사가 최고의 퇴직연금 사업자’라고 강조하고 제시된 수익률도 제각각 이어서 사업자를 선정하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가입 후 10~30년간 지속적으로 운용해서 노후생활비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연금간 전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언제든지 상담을 통해 상품간 전환이나 맞춤서비스가 제공되는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WM팀장 / ‘2010 실전 재테크 시나리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