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 랩스,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2.9조 원 돌파!
a16z 주도 투자 유치로 주목
블록체인 기반 메인넷 운영…각국 저작권법과 조화 주목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미국에 설립된 프로그래머블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 ‘핍 랩스(PIP Labs)’가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2조9000억원(22억 5000만 달러)를 인정받아 1092억원(8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로써 핍 랩스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약 1910억원(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번 투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주도했다. a16z는 메타(구 페이스북), 엑스(구 트위터), 코인베이스,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등의 초기 투자사로 알려져 있으며 핍 랩스의 시드, 시리즈A, 시리즈B를 모두 이끌었다. 삼성 넥스트와 하이브 설립자 방시혁 의장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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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래머블 IP 플랫폼인 ‘스토리’의 운영사 핍 랩스를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와 공동 창업한 제이슨 자오(Jason Zhao). 자오는 현재 핍 랩스의 최고 프로토콜 책임자(CPO)로 활동 중이다. 사진=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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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의 운영사 핍 랩스 공동 창업자 이승윤 대표. 사진=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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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공부한 2030이 만든 스토리…“스토리로 IP관리문제 해결”핍 랩스는 음식 블로거부터 동영상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IP를 보호하고 확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 미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난 2022년 7월 이승윤(33) 전 래디쉬 대표와 제이슨 자오(24)에 의해 설립됐다. 이승윤 대표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카카오에 5000억 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으며, 제이슨 자오는 구글 딥마인드의 최연소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이다. 각각 대표이사와 최고프로토콜책임자(CPO)를 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창립자 모두 2030세대이면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것이다. 이승윤 대표는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정치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제이슨 자오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학사와 컴퓨터 공학 석사를 수료했다.
제이슨 자오 CPO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에 창작자들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IP 관리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AI 기반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는 블로거의 사진이나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지만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다. 레딧, 오픈AI, 구글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문제는 창작자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AI 시대의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스토리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를 리드한 a16z의 크리스 딕슨 매니징 파트너는 “스토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통해 창작자가 IP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핍 랩스의 이승윤 대표는 검증된 혁신가로, 그의 비전을 지원하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 스토리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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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메인넷 운영…각국 저작권법과 조화 주목
핍 랩스의 프로그래머블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토큰화할 수 있게 해준다. 토큰화된 IP는 블록체인상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IP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재창작, 판매, 배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수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스토리 플랫폼은 IP의 ‘레고랜드’를 지향한다. 블록체인에서 ‘레고’는 오픈소스의 개별 코드 조각을 의미하며, 다양한 기능을 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설명하는 용어다. 제이슨 자오는 “스토리 플랫폼에서 IP는 ‘IP 레고’로 변신하며,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 자산으로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조합되거나 재창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300만 명의 창작자가 사용하는 아티스트 협업 플랫폼 ‘마그마(Magma)’에서는 창작자가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에 등록하면, IP 등록과 소유권 설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몰라도 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스토리의 IP 허브에 기록돼 다른 창작자들이 버튼 클릭만으로 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
| ‘스토리’ 플랫폼과 연계된 ‘마그마’ 화면.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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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토리 플랫폼에는 200개 이상의 팀이 2000만 개 이상의 IP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여기에는 ‘마그마’ 외에도 돌체&가바나, NBA 챔피언과 협업하는 AI 패션 디자인 서비스 ‘아블로(Ablo)’, AI 스토리텔링 플랫폼 ‘세카이(Sekai)’ 등이 포함된다. 스토리는 연말에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할 예정이며,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을 토큰화하거나 코인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은 없다.
스토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일본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저작권 면책 조항이 포함된 법안이 제정됐고, 미국과 한국에서는 생성형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준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반 IP 분산 저장 플랫폼 ‘스토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자오 CPO는 “워터마크는 IP 추적 기술로 지지하지만 호환성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국가별 저작권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기술로 AI시대 창작자 생태계를 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