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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부품 안 쓰면 고장’…현대차·기아 표시광고법 위반 ‘제재’

조용석 기자I 2022.01.12 12:00:00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현대차·기아’ 경고…3년 만에 결론
현대모비스가 공급한 순정부품만 안전하다고 거짓정보 제공
비순정 규격부품, 국토교통부 인증기관 시험·평가 거쳐 판매
8년 위반했으나 가장 낮은 ‘경고’…“타 사업자도 유사표시 사용”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할 경우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표기해온 현대차·기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소비자들이 적법하게 인증을 받은 대체부품도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유발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사진 = 이데일리DB)
12일 공정위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에 대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경고 조치를 내렸다. 2019년 9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신고한 지 약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12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자신들이 제작 판매하는 차량의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또는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기재했다.

이들이 말하는 순정부품이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된 부품을 뜻한다. 사건 기간 현대차에서는 그랜저·아반떼·소나타 등 20여개 차종에, 기아는 K3·K5·K7 등 10여개 차종의 차량 취급설명서에 이같이 기재해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비순정부품은 법규 및 국내외 기준 등을 충족하는 규격품과 비규격품(불량부품, 불법부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규격품의 경우 부품에 필요한 안전·성능에 관한 시험이나 기준 등을 통과해 순정품보다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 비순정 규격품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성능과 품질을 심사·인증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럼에도 현대차·기아는 자사 순정이 아닌 모든 비순정부품을 안전하지 못하고 사용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표시했다”며 “이들은 모든 비순정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실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인 실증 없이 규격품을 포함한 비순정부품의 품질·성능이 떨어지거나 위험하다는 취지로 사실과 달리 표시한 행위에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같은 표기는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 우려도 높다고 판단했다.

(자료 = 공정위)
다만 공정위는 현대차·기아가 장기간 위법행위를 했음에도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경고’로 마무리했다. 재발 방지 등 시정명령도 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부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다른 국내 사업자도 유사표기를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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