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천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고(故) 김동식(52) 구조대장과 함께 근무했던 함재철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3팀장은 김 대장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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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김 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하남시 천현동 마루공원 장례식장. 김 대장의 유가족과 지인들 수십여명은 이날 빈소를 찾아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 곳곳에서는 울부짓는 소리가 들렸고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이의 눈시울은 하나같이 붉어져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현장에서 근무한 후 빈소를 찾은 함 팀장과 팀원 모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1년 4개월가량 김 대장과 함께 근무한 함 팀장은 “(대장님은) 이순신 장군같은 원칙주의자였다. 어떻게 보면 고지식하다고 볼 수 있다”며 “처음에는 너무 원칙만 중요시하는 모습이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함 팀장은 한 달 전 김 대장과 깊은 대화를 나눴던 순간을 회상했다. 함 팀장이 “대장님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변했습니다”라고 하자 김 대장은 “내가 너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도 서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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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인사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김 대장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면서 소방관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은 조문을 마치고 “경기도에 물류창고가 늘어나는데 (안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애초에 (물류창고를) 건립할 때 안전 관련 문제를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소방력 등이 충분하지 않으면 (물류창고) 건립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사회적 의무를 가진 기업이다”라며 “이번 사고 대처에 미흡할 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걸 알 테니 확실한 사고 수습과 함께 유족의 마음을 달래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에 방문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1차적으로 현행 기준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화재사고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도 확인해 6월 내 처리 가능한 것은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신열우 소방청장 등이 고인을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났다. 김 대장은 불이 난 지 6시간 만인 17일 오전 11시 20분쯤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하려고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홀로 고립됐다. 소방관들이 지하 2층에 진입한 뒤 창고에 쌓인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강해졌고 즉시 탈출을 시도했으나 김 대장만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결국 19일 정오쯤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재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지하 2층 물품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화재가 시작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 책임자인 쿠팡은 평생 유족을 지원하고, 철저한 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는 김 대장의 영결식을 21일 오전 9시 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한다. 도는 고인에게 지난 18일자로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